뭐든 일로 하는 건 재미가 없다. 하지만 일인데도 불구하고 이번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보고 싶은'마음이 충만했다. 박칼린이라는 카드가, '대중화'라는 키워드가 생각을 흔들었다.
소리축제 가이드를 만들면서 보고 싶은 공연들에 동그라미 치고 기다리기를 며칠, 드디어 개막한 소리축제 풍경을 만나봤다.
▲ 개막공연 '이리오너라, Up Go놀자' 그리고 박칼린
소리축제의 개막공연 '이리오너라 Up Go 놀자'는 많은 공을 들이고 변신을 꾀한 것이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공연을, 이야기를 조절할 줄 아는 박칼린의 능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변화가 있으면 질타가 따르는 법, 분명 호불호(好不好)가 갈릴 듯싶다.
기대를 모았던 개막식을 뒤로하고 1일 토요일 아침, 오전 11시부터는 집행위원장 기자 간담회가 있었다. 이 때의 하이라이트를 받은 것은 물론 박칼린 집행 위원장이었다. 개막공연에 대한 질문이 오갔고 박 집행위원도 문제점이나 아쉬운 점에 대해 이야기 했다. 소리축제에 대한 관심이 '박칼린' 때문에 높아지기는 했지만 '소리축제=박칼린'이라는 공식이 세워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됐다.
▲ 주차, 소리축제의 내년 과제
소리축제를 시작하기 전 만난 축제 관계자는 주차 문제를 가장 걱정했다. 소리전당의 크기에 비해 주차장 수가 적다는 것이다. 주차문제를 줄이기 위해 소리천사(자원봉사자) 300여 명 중 10%를 주차 요원으로 배치했고 셔틀버스도 운영한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소리전당이 아닌 한옥마을에서 더 크게 터졌다. 원래부터 주차공간이 적었을 뿐 아니라 축제 기간 동안 한옥 마을 내 자동차 출입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주차 문제를 미리 예견했던 것처럼 내년에는 한옥마을 내의 주차 및 교통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한옥마을
올해 소리축제는 그 판을 소리전당 뿐 아니라 한옥마을로 넓혔다. 대부분의 체험 프로그램을 한옥마을로 옮긴 것이다. 그런데 이 때문에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를 상황이 벌어졌다.
한옥마을에서 펼쳐지는 공연들은 대부분 음악뿐만 아니라 무용, 마술 같은 콘텐츠가 더해진 것. 그래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아 몰입과 호응이 높았다. 더욱이 일반 한옥마을 관광객까지 더해지다 보니 축제 같은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연출됐다.
반면 소리전당은 대부분 전문 음악 공연이 주를 이뤘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고 나면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 축제와는 거리가 먼 분위기였다. 장소를 늘린 만큼 콘텐츠가 더 많아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할 점이다.
▲공연을 보는 법, 따로 있습니다!
몇 년 전 전주를 찾았던 한 대중가수를 인터뷰 하던 중 "전주는 양반도시라 그런지 다들 얌전하시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유독 다른 지역에 비해 호응이 조용하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이번 소리축제에서도 증명(?)됐다. 개막공연은 물론이고 공연의 장르를 불문하고 관객의 반응이 미지근해 보였던 것이다. 판소리를 들을 때는 '얼씨구' '좋다'같은 추임새를 해줘야 하고 힙합그룹이 랩 중간 손을 들으라거나 소리를 지르라고 하는 것도 따라줘야 한다. 이런 동작들은 공연자와 관람객이 서로 소통한다는 의미. 공연을 재미있게 보는 방법이다.
핸드폰 사용 및 촬영 금지 같은 공연 관람의 기본 에티켓도 지켜지지 않아 안타깝다. 공연이 시작한 후 자리를 이탈하는 모습도 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