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성 좋은 저축은행도 실적 암울

상당수 저축은행의 경영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저축은행의 납입자본금은 완전히 잠식됐다.

 

회계법인들은 감사보고서에서 일부 저축은행이 영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우려했다.

 

회계상으로는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린 셈이다.

 

따라서 저축은행들이 감독기준인 BIS 비율 5%를 넘겼더라도 경영 상태는 안심할수 없는 상태여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저축은행 부실사태는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잠식 저축은행 37%로 급증저축은행들의 2010회계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의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분석했더니 자본잠식 등 부실이 심각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저축은행중앙회 경영공시를 보면 작년 사업실적을 공개한 저축은행 89곳 중 37%인 33곳이 자본잠식 상태였다.

 

자본잠식률이 100%를 넘는 완전자본잠식 저축은행은 신민(129.55%), 우리(261.03%), 대원(270.74%), 예쓰(187.11%), 경남제일(894.35%), 미래(249.78%) 등 6곳이었다.

 

2009회계연도에는 89개 저축은행 중 3곳이 완전자본잠식이었고 21곳이 부분 잠식 상태였다.

 

부실 업체가 1년새 급증한 것이다.

 

솔로몬(41.52%), 흥국저축은행(23.74%), 유니온저축은행(22.50%) 등 자본잠식이 시작된 저축은행은 9곳이었다.

 

1년간 자본잠식 저축은행 수가 37.5% 증가한 것이다.

 

신민, 경남제일(894.35%), 미래(249.78%)는 2009 회계연도에 자본잠식 상태가 아니었지만, 작년에 완전히 잠식됐다.

 

예쓰는 부분잠식에서 완전잠식 상태로 변했다. 그 외 2년 연속 자본잠식 상태인 저축은행도 대부분 자본잠식률이 높아졌다.

 

자본잠식이란 회사의 적자 폭이 커져 잉여금이 바닥나고 납입자본금을 까먹는 상태를 말한다.

 

특히 누적적자가 많아져 납입자본금마저 모두 잠식하면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상태가 되는데, 이를 완전자본잠식 또는 자본전액잠식이라고 한다.

 

사업보고서상 완전자본잠식은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50% 이상 자본잠식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솔로몬과 서울, 신민 등 자본잠식 상태로 나타난 일부 저축은행은 모기업의 증자로 위기를 벗어났다.

 

솔로몬은 9월 말 현재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400억원 이상의 건물매각차익을 반영해 자본잠식을 해결했고, 추가 자본확충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 관계자는 "추가 증자와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6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해 추가로 자본에 전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들 저축은행의 상태가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는 평가를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 대원, 예쓰 저축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소유하거나 경영정상화 자금을 지원받게 되고 신민, 경남제일, 미래는 6월 말 결산 이후 유상증자등을 통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감사보고서 "기업 지속능력 의문"

 

회계법인들은 이처럼 심각한 저축은행 부실 상황을 고려해 2010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특이사항을 적시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79개 저축은행 감사보고서 중 25.3%인 20개 보고서에 주요 특이사항이 적혀 있다.

 

저축은행의 ▲자본잠식 상태 ▲소송 진행사항▲자산ㆍ부채 회수 가능성 ▲금감원 경영개선계획 제출 ▲저축은행 산업 전반 영업환경 ▲특수관계인 대출 상태 등을주로 소개했다.

 

일부 감사보고서에는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이 제기된다',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불러 일으킬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존재한다'는 문구가 실렸다.

 

회계상 저축은행이 영업을 계속 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이야기다.

 

대상은솔로몬, 우리, 토마토2, 대원, 예쓰, 미래2, 경남제일 등 7곳이다.

 

안진회계법인은 자산 규모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 감사보고서에서 "감사보고서 이용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하다"며 1천266억원의 순손실과 1천169억원 결손금 발생 사실을 설명하면서경고음을 울렸다.

 

최근 영업정지된 토마토저축은행 계열사인 토마토2저축은행도 순손실이 252억원이어서 기업의 존속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삼일회계법인은 "대주주인 토마토저축은행의 영업정지에 따른 영업과 미래현금 흐름 전망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골든브릿지는 회사가 36건의 소송에 연루된 점이 소개됐고, 경남제일은 총부채가 총자산을 493억원 초과해 자본 완전잠식 상태인 점을 우려했다.

 

투자자가 회계에서 기업의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는 회사의 재무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초자료가 된다.

 

감사보고서에 참고사항이 많다면 문제가 있다는 신호라고 회계법인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 거의 모든 기업의 감사보고서에 특이사항이 달렸는데 삼성전자나 포스코도 예외가 아니었다"며 "IMF 벗어나면서 특이사항을 제시하는 경우는 많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이사항이 많은 것은 회계법인의 책임회피용일 때도 있다"며 "감사 의견이 '적정'인데 감사보고서 특기사항이 심각하다면 투자자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안정성 양호해도 실적은 부진

 

대부분 저축은행은 BIS 비율이 감독기준인 5%를 넘었지만, 그 중 일부는 2009회계연도와 2010회계연도에 연속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취약한 실적을 나타냈다.

 

자산규모 상위 저축은행인 솔로몬(9.16%), 현대스위스(6.15%), 경기(11.6%), HK(9.26%), 한국(6.04%) 등은 모두 BIS 비율이 5%를 넘었다.

 

삼보(90.77%), 한신(23.99%), 고려(22.19%), 부림(22.74%), 스타(36.00%), 오성(21.74%), 대원(31.20%), 진주(20.22%), 센트럴(29.20%) 등 중소형 저축은행 9곳은이 비율이 20%를 웃돌기도 했다.

 

BIS 비율이 5% 미만인 저축은행은 서울(2.30%), 미래2(-0.18%), 신민(-5.00%),예쓰(-18.53%), 우리(-23.77%) 등 5곳이었다.

 

BIS 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비율로, 은행 안정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10%가 넘으면 우량 은행으로 볼 수 있고, 5~10%면 경영개선 노력이 필요해도 당장은 안전하다는 뜻이다.

 

상당수 저축은행은 금융감독원 경영진단에서 상태가 나쁜 것으로 드러났다가 대주주 증자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간신히 BSI 비율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BIS 비율이 높으면서 실적은 저조한 저축은행들이 많아 부실문제가 추가로 불거질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솔로몬 등 20곳이 2009회계연도와 2010회계연도에 연속으로 순손실을 기록했다.

 

BIS 비율이 20%를 넘은 저축은행 중에서도 삼보와 대원 2곳이 2년째 순손실을 나타냈다.

 

현대스위스 등 21곳은 2010회계연도 들어 적자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