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다른 물질과 비교할 때 자신의 존재 및 분포형태에서 몇 가지 독특한 특성을 갖는다. 물은 세 가지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 자연계의 유일한 물질로서 수증기로 존재하다가 기상조건에 따라 비나 눈 또는 우박과 같은 형태로 지상이나 수면으로 내리게 되며, 분포특성에 따라 엄청난 수해와 한해를 겪기도 한다. 물은 비열이 크므로 태양으로부터 복사되는 엄청난 열에너지를 흡수하고 태양이 비추지 않을 때는 흡수된 열에너지를 방출하여 지구의 온도가 급상승하거나 하강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예전에는 '물은 하늘에서 비가 되어 내리고 다시 그 빗물이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 물질'로서 '사람들이 필요한 만큼 가져다 쓰기만 하면 되는 것' 정도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그 물은 모든 생명체의 가장 기본이며, 도(道)의 실체로 비유되기도 하고 풍수설의 이론적 뒷받침을 형성하기도 하였다.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물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는 증거들로서 이집트는 B.C 300년경에 수위관측기를 사용하였고, B.C 1,000년경 페르시아인은 지하수로 강을 건설하였는데 3,0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사용 중이다. 우리나라도 서기 330년경에 축조된 김제 벽골제 등과 같은 유적이 남아있다. 이와 같이 인류는 오래전부터 물을 우리 생활에 유익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왔다.
물에 대한 이미지도 나라마다 다양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먹는 물을 주로 연상하는데 반해 이집트 사람들은 홍수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세례수를 인도사람들은 빗물을, 중국 사람들은 강물을, 그리고 유럽 사람들은 씻는 물을 우선 연상한다고 한다.
이렇듯 물에는 나라마다 다양한 문화가 녹아있는데 우리나라 만큼 좋은 물을 사랑하고 감식하는 능력이 뛰어난 나라도 없다. 우리 선조들은 물의 맛과 빛깔, 맑기와 무게 등으로 구분하여 밥 짓는 물, 차 끓이는 물, 약 달이는 물, 난(蘭) 키우는 물 등 용도에 따라 골라 쓸 줄을 알았다. 율곡 선생은 물맛을 보고 무거운 물과 가벼운 물을 가렸으며 가벼운 물은 덕심(德心)을 해친다 하여 무거운 물만을 골라 마셨다고 한다. 또, 물에는 둥근 것과 모난 것이 있다면서 둥근 물은 술 빚는데 쓰고 모난 물은 약 달이는데 썼다고 한다. 물의 분자구조가 육각형으로 모가 났을 때 물맛도 좋고 항암효과도 크다는 사실이 현대과학으로 밝혀졌는데 그 시절에 이미 모난 물을 감식할 수 있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동양 사람들은 물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 사상과 종교의 영역까지 물의 속성을 도입하였다.
老子가 말하기를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 幾于道'라 했다. 즉 '최상의 선은 물과 같고, 물은 만물에게 이로움을 주면서 다투지 않으며,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즐겨있는 까닭에 道에 가깝다'라는 것이다. 손자병법에서도 '兵形象水'라 하여 전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물을 닮아야 한다고 했다. 모든 그릇에 담길 수 있는 유연함과 겸손함, 웅덩이가 있으면 잠시 머무를 줄 아는 여유와 판단력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물질문명이 발달된 만큼 정신문화는 피폐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모든 것이 풍족해지고 편리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은 더욱 작아졌다.
물을 통한 道의 근본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해 보고자 할 때 우리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일 수 있으며 물을 물질적 가치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정신적 가치로도 받아들일 때 진정한 물 문화를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물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의미를 되새겨 낮은 곳으로만 흘러가는 물 앞에서 보다 많은 것을 깨달음으로써 진정으로 살맛나는 참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최돈혁 (K-water 전북본부 수질관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