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피려 하지 마라. 철 지난 꽃이 가치를 더하고 높이 핀 꽃보다 저 아래 들꽃이 때로 더 아름답다" ('금강에서' 중에서)
누군가 전중길을 시인이라 소개하면 정작 자신은 "예, 원시인입니다."라고 다시 인사한다.
원래 타고나길 시인인 것인지 원시림에서 깨어나지 못한 시인인 것인지 의문이라는 그의 이야기는 문득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을 떠오르게 했다.
시인 전중길이 2000년 '섬에서 달의 부활까지' 시집 발간 후 11년 만에 '제 그림자에 밟혀 비탈에 서다'를 냈다. 시인은 "이제 안개를 걷어보지만 제 그림자에 밟혀 선 비탈에서 얼마나 멀리 볼 수 있겠냐"며 스스로를 낮춘다. 담담해 지려고 하지만 여림, 유치함, 그리움, 애착 같은 단어들을 버리지 못하는 감성이 자신을 파괴하면서도 창조한다고 밝히며 최대한 깊고 멀리 보려한 100여 편의 시를 토해냈다.
시를 묶은 큰 제목 아래 간략하게 붙여놓은 설명 또한 시처럼 다가오는가 하면, 시 마다 더해 놓은 시의 배경은 독자들의 더 깊은 이해를 돕는다.
전길중은 1987년 '늦가을 정원' '안개'로 등단했다. 전북시인협회, 전북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있으며 현재 완주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