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새만금 양해각서 - 이경재

이경재 논설위원

서로간의 입장을 확인하고 준수하기로 서면 합의한 것이 양해각서(諒解覺書)다. 약칭은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다. 원래는 본 조약이나 정식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국가간에 이뤄지는 문서 합의를 가리켰다. 법적 구속력을 갖지는 않지만 조약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지금은 포괄적 의미로 쓰인다. 협정이나 조약과는 상관 없는 내용을 담는 경우도 있고 기관이나 기업 또는 자치단체와 일반기업 간에도 다양한 형태의 양해각서가 이뤄지고 있다. 신의 성실의 원칙에 입각할 뿐 강제성이 없어 미래의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가변성 탓인지 양해각서가 말썽이다. 국무총리실과 삼성그룹간에 체결된 새만금 투자 양해각서를 놓고 '대국민 사기극'이란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장세환의원(완산 을)은 지난 6일 전북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가 이뤄지도록 노력한다'고만 돼 있을뿐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겠다는 구체성이 없다. 삼성그룹에 공문을 보냈어도 양해각서 내용대로 이행한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밝혔다.

 

요컨대 토지주택공사(LH) 경남 이전에 따른 전북도민 반발 무마용의 정치적 결정에 불과하고 따라서 이명박(MB) 정권의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것이다. 양해각서 체결 일이 4월26일이고 LH 경남 이전 발표날짜가 5월16일이니 그럴만도 하다.

 

더 근원적으로는 '대기업이 투자에 인색하다'는 MB의 질책과 '간신히 낙제점을 면한 정도'라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정부 경제정책 비판, 그후 세무조사를 받는 등 미묘한 기류가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나온 산물이 새만금 투자 양해각서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장 의원의 지적은 당연한 것이고, 삼성이 투자의향을 밝힌 만큼 실행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김완주 지사의 말도 옳을 수 있다.

 

하지만 10년 뒤의 투자의향을 놓고 호들갑을 떤 것이나, LH 현수막을 떼내고 삼성투자 환영 플래카드로 관광서와 길거리를 도배질한 것은 낯이 화끈거릴 행태였다.

 

양해각서 체결했다고 걸핏하면 사진 찍고 홍보하지만 주민 눈을 속이는 짓이다. 전시행정의 표본이다. 성사되면 내탓이고 불발되면 상대방 탓으로 돌릴 수 있으니 단체장한테는 이처럼 좋은 꽃놀이 패도 없다.

 

/ 이경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