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鄕 전북, 사람 그리고 인생을 품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2천 년 동안 수많은 작가와 다양한 작품이 쏟아진 전북 문학의 특성을 한마디로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전북도가 11일 펴낸 '전북의 재발견- 문학, 영화'는 여성성과 저항성을 전북문학의 상징으로 꼽는다.

 

현전하는 유일한 백제 가요 '정읍사(井邑詞)'에서 도적에게 잡혀간 여인이 자신을 구출해주지 않는 남편을 풍자한 '방등산'을 넘으면 황진이와 더불어 조선을 대표하는 기녀 시인 매창을 만난다.

 

최명희, 양귀자, 신경숙, 은희경 등 전북 출신 여성작가들은 눈부시다.

 

남성 작가인 정극인의 가사 '상춘곡'에서도 당대의 임금에 대한 충성이나 국난걱정보다는 섬세한 여성적 감정으로 자연을 노래한다.

 

이런 여성성과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한 전북 문학의 저항성은 판소리계 소설에서 쉽게 접한다.

 

판소리계 소설이 보여주는 저항과 풍자, 비판은 전북 문학의 정신을 가장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킨다.

 

일제강점기 채만식의 풍자, 그리고 해방 후 최일남과 서정인의 해학적인 문체 또한 이러한 판소리적 전통에 깊이 닿아 있다.

 

이런 저항과 풍자 정신은 신석정 이후 박봉우, 고은, 김용택으로 이어졌다.

 

물론 문학의 저항적 성격이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지만, 전북 문학작품 속에 나타나는 저항은 섬세한 여성적 성격, 판소리로부터 이어진 민중적 활력과 깊게 연결돼 있다.

 

전북 영화를 재발견하는 것은 곧 한국 영화를 재발견하는 것과 같을까. 한국 영화사에 길이 기록될 이강천 감독의 '아리랑'과 '피아골'이 전북에서, 전북 스태프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내 최초의 제대로 된 컬러영화 '선화공주'도 전북에서 태어났고 그런 흐름은 전주국제영화제로 성장했다.

 

전북이 1960년대 이전 한국영화의 중심지였던 것은 풍광과 사람 때문이라고 책은 말한다.

 

도내 14개 시ㆍ군의 산과 강을 펼쳐놓으면 굴곡의 세월이 보이고 차곡차곡 접으면 사람의 마음이 보인다.

 

책 발간에 참여한 최기우(극작가)씨는 "전북 사람들의 질박한 삶과 그들이 꽃피운 활자와 영상을 만나는 것은 흥미롭고 유익한 일"이라며 "전북 문학과 영화의 재발견은 역사를 복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