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박무성이다. 형과 나는 순창고(2학년) 역도부다.
형 이름은 박무정이고, 우리는 일란성 쌍둥이다. 형이 1분 먼저 태어났고, 위로 누나만 셋이다. 부모님이 아들을 보려고 우리를 낳으셨다.
아버지(박수남·46)와 어머니(김호님·45)는 순창 복흥면 추령에서 배추와 복분자, 오미자, 콩 등 농사를 짓는다. 누나들은 우리 운동복부터 먹을거리까지 부모님보다 더 챙긴다. 아직도 우리를 '아기'로 보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항상 붙어 다녔던 우리는 역도도 같이 시작했다. 어머니는 '역도 하면 키가 작아진다'(이것은 오해다)며 반대했지만, 석 달간 졸라 순창복흥중 1학년 때 역도부가 있는 순창북중으로 전학갔다.
우리는 '라이벌'이다. 지금은 내 기록이 형보다 높지만, 매일 기록이 엎치락뒤치락한다. 그래서 매일 다투지만, 운동하다 다치면 서로 마사지도 해주고, 챙겨준다. 형이 있어서 힘들어도 운동을 여태 할 수 있었다.
역도는 체중 조절이 제일 힘들다. 체급에 맞추기 위해 체중이 덜 나가면 더 먹어야 하고, 더 나가면 굶어야 한다. 그래도 기록을 늘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들은 역도가 비인기 종목이라고 하지만, 순창고(교장 이길영)에선 거의 못 느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배영(31·충남 서산시청) 등 숱한 선배들이 이어온 전통과 메달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성격이 활달하고, 형은 과묵하다. 이런 형이 운동할 때는 역도부 10명 중 기합도 제일 크고, 활기차다. 밤 9시까지 훈련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오면, 우리는 운동할 때 안 되는 부분이나 짜증나는 일 등 아무거나 얘기한다. 두 달에 한두 번은 역도부끼리 광주에 가서 프로야구를 보며 스트레스도 푼다.
우리는 10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제92회 전국체전'에서 나란히 물먹었다. 남고부 69㎏급에서 2관왕(용상·합계)을 노렸던 나는 용상(150㎏) 5위, 인상(121㎏) 4위, 합계(271㎏) 5위에 그쳤고, 77㎏급에 출전한 형도 용상(150㎏) 6위, 인상(115㎏) 8위, 합계(265㎏) 9위로 부진했다.
윤상윤 감독님(52) 등 주위에선 내가 지난 6월 선수권서 금 2개(용상·합계), 동 1개(인상)를 따고, 형이 지난 4월 춘계대회서 동 2개(용상·합계)를 따서 기대가 컸던 모양이다.
심적 부담이 컸던 탓일까. 나는 이날 인상에서 오른쪽 팔꿈치마저 다쳤다. 형도 성적이 나빴지만, 우리는 서로 '앞으로 더 잘하자'고 약속했다. 올림픽에서 우리가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거는 그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