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정읍여고 학생, 장애우와 함께 한 스포츠 교류

전주근영여자고등학교 2학년 박아영

지난 7월 14일에 실시된 5개의 테마 현장학습 코스 중에, 나는 스포츠 교류인 2코스를 선택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아침마다 학교에서 해오던 0교시 체육활동을 하고 있었고, 다른 학교와 스포츠 경기를 할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좀처럼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다른 코스와는 다르게 2코스는 2개의 일정을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는 정읍 여고와의 풋살, 넷볼 경기이고 두 번째는 전주 자림원에서의 자원봉사활동이다.

 

우리는 아침일찍 정읍여고로 향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풋살 경기와 넷볼 경기를 하였다. 풋살 경기는 전반, 후반 각각 10분씩 이어졌다. 나는 풋살 경기의 전반전에 선수였는데, 그곳에서의 첫 경기였고, 양쪽 학교의 모든 학생들의 이목이 집중되어있는 상황이었기에 결정적인 실수를 할까 매우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도 '풋살' 경기는 양쪽 학교 모두 접해본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막상막하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 역시 그동안 0교시 체육을 통해 풋살을 좋아하게 되고 즐겨하긴 했으나 잘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다행이라 여기고 결과보다는 경기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풋살경기는 본교1 대 정읍여고 0으로 우리가 이겼다. 다행이었다. 왜냐하면 정읍여고는 전국 넷볼대회 우승한 전력이 있는 학교이기 때문에 풋살에서라도 본교가 이겨야만 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학교가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정말 실력은 비슷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짧은 시간동안 초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팀을 응원했다. 이렇게 빠른 시간내에 단결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 뿐이었다. 이어지는 넷볼경기에서는 예상대로 본교의 완패였다. 우리 학교의 학생들은 넷볼을 알게 된지 약 3개월 가량 되었고, 정읍여고는 훨씬 이전부터 넷볼의 존재를 알고 연습해왔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으므로 우리는 그렇게 기죽지 않았다. 풋살 경기는 우리가 이겼으니까. 단지 우리 실력으로 전국 우승팀을 상대로 여러 개의 득점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충분했다. 이렇게 타학교와 경기를 치를 수 있어서 매우 행복했다. 경기 결과의 승패를 벗어나서, 스포츠 특기자로서의 대회가 아닌 일반적인 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팀원끼리 똘똘 뭉쳐 경기를 하고, 경기 후에는 상대팀과 친해질 수 기회가 앞으로 얼마나 있을지. 안 해본 사람은 이 짜릿함을 모를 것이다.

 

이전의 스포츠교류전에서 학교의 자존심을 걸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선수팀이었든 응원팀이었든, 모두가 녹초가 되어있었다. 이동하는 동안 모든 학생들은 버스에서 단잠을 취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우리는 다음 일정을 위해 전주 자림원으로 향했다. 피곤한 상태였지만 우리들은 낯선 장소에서 다시 활기를 찾았다. 현장학습이란 목표를 가지고 왔으나 우리들에게는 단지 소풍일 뿐이니까. 전주 자림원은 0세부터 50대까지 100여명의 지적 장애우들이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우리들의 목표는 남녀노소 구분없이 75명의 장애우들을 도와 스포츠 교류를 하는 것이었다. 단, 여기서의 스포츠 교류는 정읍여고에서처럼의 경기가 아닌 레크레이션정도의 교류였다. 경기는 너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우리들은 장애우와 1대1파트너가 되었다. 처음에는 낯설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다가가지 않았다. 나는 이곳에서의 봉사가 처음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으나 역시 행동들이 자연스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장애우 친구들이 분명 이러한 심정을 알아 차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노력했고, 그래도 미안하고 죄송했다. 어쨌든 다행히도 장애우 친구들이 먼저 우리에게 다가와주었다. 먼저 자신들의 파트너를 정해 손을 잡아주고 인사도 해 준 것이다. 가장 먼저 우리들은 공굴리기 게임을 하였다. 큰 공 하나를 파트너와 내가 함께 굴려 반환점을 도는 게임이었다. 나는 걸음이 느린 파트너를 최대한 배려하며 발 맞춰 걸었다. 우리에겐 시시할 정도의 게임이었으나 장애우 친구들에게는 마냥 쉬운 게임은 아니었던 것 같다. 넘어지는 상황도 여럿 발생했으니 말이다. 다음으로는 '둥글게둥글게'게임이다. 큰 원을 그려 음악에 맞춰 돌다가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몇 명씩 모이는 게임이다. 단, 여기서 반드시 우리들은 파트너와 함께 있어야 한다. 내 짐작이지만 이 게임이 장애우 친구들에게는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왜냐하면 경기 내내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한 듯 자신들의 파트너에게 끌려다니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 미안하고 죄송했다. 괜히 봉사활동 온다고 와서 어려운 게임이 끌려다니게 한 것은 아닌지.. 그래도 마지막 게임은 정말 괜찮았다. 자신의 파트너와 다리 한쪽씩을 묶어 한 몸이 되어 반환점을 돌아오는 게임이었다.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이지만, 이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서로를 최대한 배려하고 이해해야한다. 그래서 이 게임을 통해 파트너와 뭔가 가슴속 싶은 교감을 했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이 게임 후에 훨씬 파트너와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겉보기 보다 속이 알찬 체험활동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이 체험에 대해 들었을 때는 '에이, 별거 없고만…'할 지 모르겠지만, 당사자였던 우리들은 느낀 것들이 정말 많았다. 정읍여고에서의 경기 중에는, 내가 학교를 대표하여 경기를 치르고 있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학교에 대한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 할 수 있었고, 경기 후에는 다른 학교의 학생들과의 만남을 통해 '아, 이 학교는 이렇게 생활하고 있구나, 이런 점은 우리와 같네, 저런 점은 우리학교가 더욱 낫구나'하며 나의 학교 생활을 돌이켜볼 수 있었다. 자림원에서는 처음 만남에서 이유 없이 가졌던, 장애우 친구들과의 이질감에 대해서 '아, 이런 차별의 느낌을 가지면 안된다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 내가 다르게 행동하고 있구나, 이러면 안돼'하며 내 행동을 살폈다. 내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그 친구들에게는 깊은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게임 내내 나보다는 파트너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완전히 배려하는 느낌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여러면에서 이번 체험활동은 단순히 배우는 활동이 아닌 내적으로 진실한 무언가를 '깨닫는' 활동이 되었던 것 같다.

 

◆ 임진모 교사

 

'장애우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평소 생각과 다르게 행동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진솔하게 표현한 점이 인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