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의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는 김경욱, 언어의 본질 또는 그 심층을 파고드는 김애란 (중략) 김훈이 1인칭과 3인칭의 서술법을 따지면서 이야기꾼의 관점을 가늠하는 동안, 박민규는 심심하게 혼자서 자동기술법을 연마한다.'('책머리에'서)
김훈 전경린 김연수 박민규 김애란 하성란 등 쟁쟁한 필력을 자랑하는 이 소설가들의 글쓰기 노하우는 무엇일까. 또 그들의 삶은 어떤 형태로 소설 창작의 원동력이 될까.
현재 한국 문단의 한 기둥을 책임진 소설가 17명이 창작론에 대한 에세이 '소설가로 산다는 것'(문학사상 펴냄)을 발간했다. 에세이는 월간 '문학사상'에 연재된 글을 모은 책이다. 소설가들은 이 잡지의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이라는 제목의 연재물에서 독자에게 생생한 글쓰기 현장을 전해왔다.
'문학사상' 주간인 권영민 문학평론가는 '책머리에서' 이 소설가들의 글쓰기 양태를 압축해서 소개했다. 그는 김훈, 김연수 등의 글쓰기에 대해 언급한 뒤 "전경린은 커다란 그림보다 디테일에 집착을 보이고, 하성란은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발견한다. 한창훈은 결국 고향을 찾지만, 함정임은 도시를 바람처럼 떠돈다"고 전한다.
소설가들은 각 에세이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 더 깊게 풀어놓는다. 쉰이 넘어 소설을 쓰기 시작한 점이 부끄럽다는 김훈은 "아마도 이야기란 현실의 결핍과 치욕을 덮거나 드러내거나 비틀어버림으로써 그 결핍과 치욕을 넘어서려는 언어의 화폭일 것"이라며 "나는 중생의 불완전한 언어로 더듬을 수 있는 작은 것들, 희미한 것들, 온갖 허섭쓰레기 같은 것들을 겨우겨우 말하는 쪼잔한 글쟁이가 되려 한다"고 진솔하게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연수는 '일식'으로 유명한 일본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와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인연과 함께 강력한 비트의 록 장르인 데스메탈을 들으며 소설을 쓴 경험을 소개했다.
"사망금속(데스메탈)을 집중적으로 들은 까닭은 연길에서 쓰던 소설 때문이었다. 그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해서 말하자면, "살아서 천국을 꿈꾸던 청년들이 결국 지옥 속에서 죽는다" 정도가 될 것이다. 이 소설을 쓰기 위해 감정을 잡을 때 사망금속이나 '가특금속', 그러니까 고딕메탈은 매우 훌륭했다. (중략) 하나의 소설을 시작하기 전에 노래를 찾아 헤매는 습관은 오래됐다."('썬더버드, 만투스, 바스, 끌로드 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