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 차조심, 말조심

이정상(도로교통공단 전북지부 교육홍보부장)

"하하하하 X발 X나 웃겨" "조용히 좀 해 개XX야."

 

대여섯 명의 중학생이 분식집에서 TV를 보며 떠드는 대화 내용이다. 차마 글로 옮기기 민망한 욕설이 난무하지만 그들에게는 일상인 듯 자연스럽게 욕설을 주고받는다. 이 이야기를 듣고 욕이라고 생각하면 기성세대이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10대라고 한다. 조금 과장해서 얘기를 하자면 요즘 청소년들은 욕을 섞지 않고는 대화에 낄 수 없다고 한다. '씨x'은 감탄사 '존나'는 '매우'나 '많이'를 뜻하는 부사, '개..'는 강조 접두사.... 이런 말들이 바로 사람의 성기를 뜻하는 비속어에서 어원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말들이 초등학생이나 심지어 유치원 아이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하니 그냥 웃어넘길 얘기가 아닌 것 같다.

 

한 초등학교에 습관적으로 심한 욕을 하는 학생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부모 참관 공개수업의 날이 다가왔다. 선생님은 습관적으로 욕을 하는 학생이 무슨 말을 할지 불안했다. 수업이 시작되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단어 맞추기 수업을 했다. "자 'ㅎ'으로 시작하는 단어는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그때 욕 잘하는 녀석이 저요저요 외쳤다. 선생님은 순간 당황 했지만, 설마 하는 마음으로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ㅎ'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말해보세요. '하룻강아지요!!' 선생님은 안도의 숨을 쉬며 이어 그 뜻을 물었다. '하룻강아지가 무슨 뜻이죠?' '졸라 겁대가리 상실한 개xx요!"

 

요즘 학생들이나 젊은 세대들의 언어 속에는 대부분 욕이 섞여 있다. 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거의 욕에 가까운 비속어들이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친구들끼리는 물론이고, 부모님, 심지어는 선생님과 대화중에도 무의식중에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청소년들의 욕설이 도를 넘어 국어파괴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욕설이 심한 학생은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고 입시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입시와 연결시키는, 고민없이 급조된 대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욕'이 있기 이전에 '욕을 만드는 요인이나 상황'이 무엇인지, 우리 어른들의 책임은 없는지 종합적인 검토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요즘 청소년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안철수 교수를 꼽는다고 한다. 얼마 전 그가 출연한 한 TV프로그램을 보며, 그동안 이룬 수많은 결과와 스펙보다는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그의 진정성에 동감을 했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욕을 하지 않고 자신보다 연배가 낮은 이에게도 존칭을 쓰며, 부부싸움도 존댓말로 한다고 하는데, 이런 언어습관은 어릴 때부터 자신에게 존대를 한 어머니의 영향이라 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청소년의 욕설의 원인을 조폭영화 등 무분별한 대중매체와 인터넷을 가장 큰 요인이라 진단을 한다. 또한 입시위주의 교육과 경쟁에 지친 아이들의 심리적 도피라고 한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언어습관이다. 가족을 태우고 운전을 하면서 쉼 없이 내뱉는 욕, 부부간에도 '야, 너' 등 반말을 하고 부부싸움을 하면서 자녀 앞에서 하는 막말들.

 

매일 학교에 가는 아이들에게 차조심 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자동차사고는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욕도 하면 할수록 늘고, 습관화되어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지배하게 된다. 부부간에도 존대를 해보자.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점차 익숙해질 것이다. 자녀에게도 인격을 존중하는 따뜻한 말을 건내보라. '말이 씨가 된다'는 격언처럼 말이 쌓여 인생이 바뀐다는 것을 살아갈수록 느끼지 않는가?

 

/ 도로교통공단 전북지부 교육홍보부장 이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