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되면서 선거가 많아졌다. 민주주의가 선거를 통해 발전해 가는 정치제도 임에는 틀림 없지만 선거가 너무 잦다. 일년에 두차례씩 재·보궐선거까지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때마다 정책 선거는 실종되고 감성을 자극하는 연고주의 선거만 판친다. 서로가 편을 나누다 보니까 마치 이마에 바코드를 찍고 다닌 것처럼 됐다.얼굴만 봐도 누구 편인가를 알 정도 아닌가.
괜찮던 인심이 선거로 갈기갈기 찢겼다. 학연 혈연 지연으로 사람을 구분짓다 보니까 예전의 인정머리는 오간데 없고 모두가 조급하면서 왜소해졌다. 그렇다고 남 잘된 꼴도 못 본다. 끌어 내려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들이다. 하기야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파 한다고 했는데 남 잘 되는 꼴 좋게 보겠는가. 이 같은 현상이 팽배하다 보니까 지역이 발전 못하고 알게 모르게 깊은 수렁으로 빠졌다.
전북 사람은 머리 회전이 빠르다. 좋은 머리를 좋은 쪽으로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조금만 돈 벌어도 깎아 내리기 위해 있는 말 없는 말 다 보태서 험담을 늘어 놓는 좋지 못한 풍토가 생겼다. 지금 전주 사람 중에는 뒷통수다 총질하는 사람이 많다. OK목장의 결투는 상상도 못한다. 앞에서는 칭찬하는 척 하면서 뒤돌아 서서는 묵은 시래기 가닥까지 다 들춰 낸다.
자치단체장 주변에는 사(詐)자가 많다. 먹을 것이 없나해서 부나비 마냥 몰려들기 때문이다. 먹물깨나 먹은 사람들은 머리를 써서 다가오므로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이중 플레이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눈치가 빠르다. 타 지역 출신 기관장들 한테는 쓸개나 간까지 다 빼줄 정도로 잘한다. 정작 지역 사람이면 그렇지도 않다. 중앙에 통로가 없고 지역서 끼리끼리 뭉쳐 살다 보니까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도민들의 성향을 "술에 술탄듯 물에 물탄듯 줏대가 없다"고 비판한 사람이 있다. 자신이 앞장서진 못하면서 누가 앞에 나서면 나선다고 씹고 뒷에 있으면 꽁무니 뺀다고 씹는 등 이율배반적인 면이 많다. 참으로 조신하면서 살기가 힘들다. 지금 전북이 어려워진 것도 무작정 정권탓만 할 게 아니다. 광주나 전남 사람들 처럼 강한 기질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권한테도 무시 당하고 있다. 이 같은 풍토가 결국 지역 국회의원 11명을 각개약진토록 만들었다.
/ 백성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