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만들어진 기원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으나 성서나 신화속에서도 술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인간이 집단생활을 시작한 원시시대에 태어나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인간의 가장 가까운 벗임에는 틀림없다.
필자도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만나는 사람과 쉽게 친숙해지는데 술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다 보니 자주 술을 마시게 되고 다음날 아침에 몸이 불편해 후회하는 이른바 주당이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은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주당들에게 술이 없다면 어떨까 생각하면 끔찍하기도 하다. 즐겁거나 슬플 때, 힘들거나 무료할 때 친구가 되어 주는 술의 힘은 너무나 지대하기 때문이다.
아내도 내가 술을 너무 과음하여 건강이 훼손될까 많은 걱정을 하지만 정작 술을 마시는 것은 나무라지 않는다. 그 이유는 평소 무뚝뚝하여 집에 가면 별로 말이 없는데 술을 마시면 술술술 얘기를 많이 하게 되어 오히려 부부간의 대화시간을 마련해 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은 항시 좋은 것 만은 아니다. '술에 취하면 1단계는 신사, 2단계는 예술가, 3단계는 미친개가 된다'는 얘기가 있다. 이는 술을 취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쉽게 흥분하며, 술버릇이 안좋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폭력성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한 비유인 듯 하다. 주당인 내가 보기에도 '저럴라면 왜 비싼 돈내고 술을 마시나' '사람이 아니다' '개만도 못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추한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파출소가 심야에 주취자들 숙소라든가, 주취자와 씨름하느라 신고출동이 늦었다든가, 출동한 경찰관이 주취자의 폭력에 상해를 당하는 등 공권력이 무너졌다는 뉴스를 접하면 나도 모르게 웬지 공범인 듯 하여 주당의 한사람으로써 가슴 아프고 항시 조심하여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술이 원인이거나 술에 의하여 확대된 폭력범죄(폭행, 상해, 가정폭력, 공무집행방해등)에 대한 정확한 경찰통계는 없지만 담당자들의 얘기에 의하면 전체 폭력범죄의 약 30퍼센트 정도가 된다고 한다. 따라서, 전북지역에서 작년 한해 8000여건의 폭력범죄가 발생하였으므로 이중 2400여건이 술과 관련된 범죄라 할 것이고 이는 하루 평균 6건이상의 폭력범죄가 술 때문에 발생했다는 얘기이다. 즉, 술이 없었다면 전북지역에서 하루 평균 6명이상의 폭력범죄 피해자 및 가해자인 전과자가 줄었을 것이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한마디로 술이 원죄인 셈이다.
그래서 옛날 선조들은 '술은 어른(어려운 사람)에게 배워야 한다'는 얘기를 했는가 싶다. 술버릇은 한번 길들여지면 쉽게 바뀌지 않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술을 안 마시는 게 좋겠지만 이왕 마실 술이라면 처음 배울 때부터 주도와 예절을 함께 배우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혹여, 술을 마시면 폭력성향이 표출되거나 주사가 심한 사람의 경우 자기가 매우 어려워하는 사람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절제하는 반복된 노력을 하다보면 점차 나아지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는 바, 참조가 될 것이다.
결국, 술은 장점과 단점을 가진 마술적 존재이다. 따라서 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약이 될 수 있고 때로는 독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를 포함한 주당들께서는 잠시나마 자신을 살펴보고 바른 음주습관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이상선(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