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지역 공동체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조직이 800여개가 있다. 형태는 지역공동체기업(마을기업), 개발신탁, 사회복지관, 사회적행동센터, 사회적기업, 지역공동체그룹 등 다양하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유사하다. 지역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경제적자립과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고, 수익은 다시 지역에 재투자하는 것이다.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한다.
영국내 지역 공동체 사업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민간 기구 '로컬리티(Locality)'의 스티브 와일러(Steve Wyler)대표는 "영국에서의 지역공동체운동은 대부분 정부나 기업운영이 실패한 취약하고 열악한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절반은 시골지역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주민들의 경험과 지식 기술을 공유해 지역을 변화시키고 공동체의 이익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지역공동체사업은 아동복지, 카페나 음식점, 공간 대여, (저렴한)주택공급, 공공서비스, 교육, 공동체소유의 상점이나 술집, 축제, 직업훈련, 취업알선, 재생에너지, 의료센터, 교통, 공원과 정원조성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대부분의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스티브대표는 "공동체사업 아이디어는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나오는데, 오히려 빈곤한 지역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했다. 그가 소개한 대표적인 공동체운동 사례다.
요크셔(Yorkshire)지역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일자리를 찾아 마을을 떠나며 공동화되자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술집이 문을 닫을 상황에 처했다. 마을 주민들이 술집을 공동주주형식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300명이 주주로 참여했다. '허즈웰(Hudswell)술집'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면서 주민들은 인근에 상점도 열고 치킨집도 여는 등 공동체 상점을 늘려가고 있다. 이들 공동체상점이 활성화되면서 주민들에게 일자리가 제공되고 마을에도 활력이 생겼다.
웨일즈 북서쪽에 자리한 작은 마을 카너븐(Caernafon)은 공동주택과 문화공간 운영으로 공동체운동을 하고 있다. 마을의 빈 건물을 활용해 예술가들이 입주하는 아트센터를 만들었는데, 아트센터가 주목받으면서 주변에 호텔까지 들어섰다. 특히 아트센터로 조성된 건물은 마을공동체가 8년여동안 지방정부를 설득해 얻은 곳이다. 카너븐에서는 집을 구할수 없는 빈곤한 이웃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집도 제공하고 있다.
런던의 서부, 래드브로크 그로브(Ladbroke Grove)도 지역내 빈 건물을 지역공동체 소유로 이전받아 시설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고가도로 아래쪽 빈 공간에 암벽타기 시설을 마련해 스포츠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런던 사우스뱅크(London South Bank) 코인스트리트(Coin street) 공동체에도 지방정부에서 공동체사업을 위한 땅과 빈 건물을 임대해줬다. 코인스트리트 공동체는 부지와 건물을 활용해 레스토랑과 상점을 열었고, 빈 건물은 사무실과 집으로 임대사업도 벌이고 있다.
영국 남쪽의 와이트섬(Isle of Wight)은 쇠락한 시설과 풍광으로 관광지로는 인기가 없는 곳이었다. 마을주민들이 지역 축제(Ryde)를 열면서 관광객들이 다시 찾게 됐고, 섬에 수입이 생기자 재투자가 활발히 이뤄져 관광명소가 됐다.
더럼(Durham) 카운티는 탄광촌이었다. 광산이 폐광되면서 일자리가 없어지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떠나고, 남은 주민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중 주민들이 화초가꾸기를 공동체 사업으로 정했다. 5000여명의 주민중 3000여명이 참여해 화초를 키우고 정원을 가꾸면서 더럼 카운티는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2위에 선정됐다. 이제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은 강해졌고, 수입원도 생겼으며, 관광지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