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행 1년, 선두주자 완주군 - '건강한 밥상' 창립

로컬푸드 1번지 자리매김

농업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변화는 거대 다국적 농기업이 지배하는 글로벌농식품 체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국적농기업은 WTO, FTA 등을 통해 반강제적으로 그들의 이익을 관철시켜 각국의 농업을 피폐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 25%(쌀 제외시 5%), 작년 연간 쌀 소비량 72.8㎏으로 10년새 25% 감소, 시장개방 확대, 대형마트의 소비시장 독점, 지역농업의 소멸, 소농 퇴출, 농약·비료 사용에 의한 환경파괴 가속, 음식·식품에서의 다양성 실종, 식품안전 위협 등을 겪고 있다.

 

글로벌푸드(Gloval Food) 본산지 미국은 공동체농업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또 선진국인 영국은 농민장터, 이탈리아는 학교급식, 일본은 지산지소 등을 통해 가족농의 확고한 존립기반과 농촌지역사회를 유지하면서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바로 도시와 농촌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도농상생(都農相生)! 로컬푸드(Local Food)'를 추진하고 있다.

 

전북일보는 도농상생의 길, 로컬푸드의 도내 현황 및 국내 대표적인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선진국 영국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로컬푸드의 방향을 모색해 본다.

완주군 고산면 로컬푸드 산지 집하장에서 건강한 밥상 직원들이 꾸러미를 만들고 있다. (desk@jjan.kr)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재배되고 가공된, 이동거리가 짧은 먹을거리다.

 

기후·토양 등 지역의 특성, 지역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생산되고 소비자가 생산자와 생산과정을 알고 있는 얼굴있는 먹을거리다. 지역의 정서는 물론 문화·역사까지 반영돼 있다.

완주군 로컬푸드 운송 전용 냉장트럭에서 건강한 밥상 직원들이 배송을 위해 꾸러미를 꺼내고 있다. (desk@jjan.kr)

가까운 곳에서 생산한,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가장 가까운 곳의 소비자가 먹는 로컬푸드를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내 자치단체가 완주군이다.

 

전주시를 둘러싸고 있는 지형적 특성도 있지만 완주군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떨어지는 농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로컬푸드에 주목하고 있다.

 

완주군은 작년 5월 로컬푸드영농조합법인 '건강한 밥상'을 창립했고 9월엔 로컬푸드육성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며 10월에는 농산물과 식재료로 구성된 '꾸러미'의 배송을 시작했다.

 

이처럼 완주군이 로컬푸드에 앞장서는 것은 그 효과 때문이다.

 

완주군의 경우 생산자단체가 해당 농산물을 취급하는 비율이 대부분 10% 미만이다. 상추는 29%로 비교적 높지만 고추 10%, 생강 2%, 콩 1%에 불과하다. 로컬푸드로 생산과 유통의 간극을 해소시켜 농민의 소득을 높일 수 있다.

 

또 완주군내 65세 이상 농가 비율은 34.6%(전국 평균 33.3%)로 이들은 판로가 마땅치 않아 생산 농산물을 68% 자가 소비한다. 이같은 고령농·소농에 대한 새로운 대책이 로컬푸드다.

 

완주군 로컬푸드는 군내 생산자에게는 유통단계를 축소시켜 높은 소득을, 완주·전주지역 소비자에게는 친환경 안전한 농산물을 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해 상생의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농산물의 기획생산과 연중공급을 위해 완주군은 농촌노인 두레농장, 파워빌리지 등 체험마을, 로컬푸드사업단과 자활사업단, 품목별 작목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시장지향형 상업농은 △규모화 농가·상업농 △단작 중심 대농 △기존 유통시장 대응력 강화 △규모화·규격화·브랜드화 △생산자단체 순기능 향상 등을 특징으로 농촌실정과 맞지 않지만, 로컬푸드는 △소규모 가족농·고령농 △다품목 소량생산 중소농 △새로운 직거래 시장 개척 △품목별 기획생산 △품질기준과 신뢰관계 확대 등 농촌현실을 잘 반영해 완주군내 3000농가가 월 100만원 소득을 거둘 수 있다.

 

영농조합법인 '건강한 밥상(대표 노재석)'이 로컬푸드사업으로 작년 10월부터 펼치고 있는 '꾸러미'는 회원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되는 꾸러미는 계란(유정란), 콩나물(250g), 두부 1모(550g)가 기본품목으로 제공되면서 높은 품질을 자랑하고 있고 제철 농산물과 채소·곡류·반찬류 등 10가지 안팎으로 구성된다.

 

10월 14일에 공급된 꾸러미는 유정란·콩나물·두부와 올기쌀·감자·깻잎·김부각·모듬쌈채소·느타리버섯 등으로 구성돼 있고 생산지와 생산자가 안내돼 있다.

 

연간 52주의 공급계획이 수립돼 농식품 100여가지가 포함된다. 일반 가정이 1년 동안 맛보는 농산물은 50가지 가량이다. 기본꾸러미는 월 4회 10만원이고, 격주 월 2회(5만원)도 가능하다. 현재 회원수는 2500명이며 2013년 전주·완주 전체가구의 20%인 4만가구를 꾸러미 회원으로 확보함으로써 연간 480억(완주 총 생산액의 16%)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정엽 완주군수는 "로컬푸드는 스타농·대농에 대한 지원 보다는 우리 농촌의 현실인 소농·고령농에 대한 지원효과가 크다. 지역의 자금이 지역에서 순환한다"면서 "완주군의 로컬푸드사업은 농촌이 도시 못지 않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도내에서는 완주군외에도 김제시·진안군 등이 로컬푸드 추진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