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매일 이른 아침 일어나 수십 매씩 꼬박꼬박 원고를 써 내려간다.
오후 시간도 잘게 쪼개 자료 조사 등 집필 관련 작업에 할애한다.
치열하게 글쓰기에 전력하는 이 작가의 구체적인 창작 열정을 생생하게 접할 수있는 책이 나왔다.
'어느 예술노동자의 황홀한 분투기'라는 부제가 붙은 '김탁환의 원고지'(황소자리 펴냄)다.
책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작가가 소설을 집필하면서 남긴 창작 일기를 담았다.
소설을 쓰며 황진이('나, 황진이')가 되기도 하고 겨울 숲에서 호랑이의 숨소리를 쫓는 남자('밀림무정')도 되던 작가의 정신세계와 삶의 모습이 실렸다.
과로가불러온 성대 결절, 허리 통증 등 창작이 안긴 고통도 소개한다.
"본격적으로 장편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러니까 서른한 살 이후부터, 삶은 잘 떠오르지 않고 내가 쓴 책 제목만 기억나는 탓이기도 하다.
서른한 살부터서른다섯 살……. 그 5년 동안 내 인생은 어디론가 날아가버린 것만 같다.
"(2003년11월30일)"2권까지 퇴고를 마치면, 유채꽃 벚꽃 모두 떨어지겠지. 5월이겠지. 그리고 5월에도 나는 다시 이 소설 원고를 붙들고 2차 퇴고에 돌입하겠지. 아, 이 현기증 나는예측 가능한 삶들. 5년 뒤에도 나는……10년 뒤에도 나는……."(2003년 4월14일)책은 또 김탁환이라는 소설가의 인간적 면모도 전한다.
작품을 끝낼 때마다 제주도를 찾아 일몰을 보며 마음을 다스리는 모습, 방대한 독서와 영화 편력, 발레,오페라, 뮤지컬을 넘나드는 문화 안목 등을 접할 수 있다.
그는 책 '여는 글'에서 "내게 원고지란 글을 쓰고 싶은 첫마음[初發心(초발심)]과 동의어다.
작품에서는 되풀이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나지만, 일기에서는 원고지에 얼굴을 묻던 그 밤으로 돌아가고 돌아가고 또 돌아갔다"며 "일기 앞에 '창작(創作)'이라는 두 글자를 감히 덧붙인 이유는, 21세기의 첫 10년 동안, 오직 내가 쓰고 있는 이 작품으로부터만 자극받길 원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368쪽. 1만3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