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시민의 승리

강철규(우석대 총장)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연이어 일어난 자스민 혁명은 독재와 부패에 항거한 시민의 승리였다.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큰 표차로 당선된 것은 다음 세대가 기성세대의 무능을 심판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자스민 혁명은 과거 우리나라의 4.19혁명이나 6.10항쟁과 비견될 수 있으나 이번 서울시장선거에서 시민이 승리한 것은 무엇인가 과거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

 

이번 시민의 승리는 다음 세대의 기성세대에 대한 승리이다. 그것은 선거결과 분석에서 이미 밝혀진 바와 같이 20대, 30대, 40대의 젊은 세대가 정치 경제 사회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50대 60대 이상의 기성 세대에 반기를 든 것이다. 그들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할 뿐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확실히 시대정신이 바뀌는 역사적 전환기에 들어선 것이다. 현대 한국의 젊은 세대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읽어내야 한다. 그러면 도대체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 기성세대의 2분법 사고에 대하여 동의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성 세대는 냉전시대에 살았기 때문에 보수와 진보라든가 우파와 좌파와 같은 흑백논리로 모든 것을 바라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2040은 다르다. 이분법 사고는 나와 의견이 다르면 모두 적이라 생각하며 흑 아니면 백이지 그 사이에 있는 빨강, 노랑, 파랑 등 아름다운 색깔들은 모두 부정하는 편협한 사고 방식이다. 중간층에 대해서는 오히려 회색분자라 하여 왕따시켰다. 정치에서 특히 그러하다. 좌파 우파, 찬반으로 모든 것을 갈라놓고 싸우는 식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2040들은 진보와 보수를 따지지 않았다. 그들은 스스로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자유를 확대시켜줄 시장을 선택했지 보수나 진보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기성 정치권이 너무 늙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나이가 늙었다기보다 사고방식이 냉전시대 논리에 사로잡혀 있는 옹고집이 되었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둘째 젊은 세대들은 프레임(frame)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기성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과거 개발연대의 경제성장주의에 발목이 잡혀있다. 그러나 다음 세대들은 인간과 그 삶 즉 인간생활의 가치를 높여주기를 바란다. 성장률이 얼마인지 세계에서 몇위인지보다는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자녀의 보육과 교육의 기회를 균등히 해주는 사회를 바란다. 한강 르네상스와 같은 겉치레 시정이 아니라 연령이나 장애 혹은 능력의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인간 자유의 상실을 막아주고 어려운 시민에 대하여 사회가 보살피는 복지를 요구한다. 다시말하면 성장주의가 아니라 인간주의로 프레임을 바꾸기를 원한다. 현재 여야가 정도차이는 있으나 모두 성장주의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음 세대는 확실히 인간주의 프레임을 요구하고 있고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인간중심으로 프레임이 바뀐다면 거기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는 것일가?

 

첫째 인간생명존중을 기본으로 삼는다. 우리는 성장지상주의하에서 인명을 경시하는 경향을 자주 보아왔다. 성장률만 높인다면 용산참사에서처럼 고귀한 인명이 희생되는 것도 용인되는 것이었으나 인간중심 프레임에서는 성장속도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그곳에 살고 있는 인간의 생명과 삶을 존중하는 방식을 채택한다는 것이다. 성장을 위해 무시되었던 극심한 빈부의 격차나 지역간의 격차를 줄이고 환경파괴를 막으며 시대를 공유하는 인간들의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의견이 다른 다양한 모든 사회구성원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그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다. 항상 경제성장이 아니라 인간이 그 중심에 놓여 있다는 점이 다르다.

 

둘째 사회구성원의 실질적 자유를 확대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타인에 해가되지 않는 한 신체, 재산, 사상 면에서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자유이다.(J.S. Mill) 이러한 자유가 경제적 격차 때문에, 정치적 소신이 다르기 때문에, 또는 능력의 차이 때문에 제한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개발연대 혹은 분단시대에는 자유가 크게 제약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어떠한 명분으로도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중심의 사회에서는 신뢰가 바탕이 된다. 신뢰를 깨는 어떠한 정치나 경제 사회적 정책 등에 반대한다. 인치가 아닌 법치를 존중하고 서로 의견이 달라도 시대를 공유하는 인간으로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사회를 지향한다. 그러므로 신뢰를 구축하는 모든 정책에 박수를 보내는 반면 이를 무너뜨리는 인사나 개발정책은 배격한다.

 

우리는 이 시대를 읽을 때 이러한 프레임이 전환되고 있음을 감지하여야 할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이미 그러한 생명존중, 자유확대, 신뢰구축과 같은 가치를 갈구하고 있다. 이번 선거가 이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