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무상 급식이 농가 살렸다

경남 합천 무상급식

“거창한 대규모 공동급식물류시설이 없어도 됩니다.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초중고 모든 학생에 대한 무상급식이 그렇게 어려운 일 만은 아닙니다”

 

24일 경남 합천군 문화체육과 권오송 교육진흥담당은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로 학생들의 건강이 크게 좋아졌고 전학률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학교급식에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우선 공급한다는 원칙을 세워 농민들의 소득이 대폭 향상됐다.

 

로컬푸드를 학교급식으로 실천함으로써 합천군은 예산 투자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

 

합천군이 모든 학생들의 무상급식을 시작한 때는 2009년부터다. 전국 최초였다.

 

초등학교(병설 유치원 포함) 20곳, 중학교 12곳, 고등학교 6곳 등 38개교의 5719명 전원에게 학생들로부터 급식비를 받지 않았다.

 

당시 합천군의 재정자립도는 경상남도 34.2%의 절반도 안되는 12% 수준이었고 1년 예산은 3400억원이었다. 가용재원 100억원 가량중에서 16억여원을 투입했다. 교육청 특별회계 15억여원이 더해져 총 32억원이다.

 

합천군은 도로 개설 등 눈에 보이는 성과 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교육이라는 백년대계를 선택했다.

 

2006년부터 3년간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30%의 학생들에게만 무상급식을 실시했지만 2009년부터 전체로 확대했고 올해도 13억원의 예산이 쓰여지고 있다.

 

학교급식으로 인한 학생들간 위화감, 차별을 없앤 합천군은 급식 재료로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을 고집하고 있다.

 

합천군에서는 무상급식을 전체 학생에게 확대시키기 위해 2008년 4월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합천 생산자 영농조합법인’이 창립됐다.

 

대표는 선종대 연호사 주지 전각스님이 맡았고 4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합천군 대양면 대목리에 10평의 저온저장시설과 사무실을 확보해 관내 초중고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1톤 냉장차량 2대가 아침 6시30분에서 10시까지 구간별로 나눠 신선한 농산물을 학교에 배송하고 있다.

 

직거래가 이뤄지는 지역생산물이 8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합천에서 생산되지 않아 타지에서 조달한다. 쌀은 연간 합천산 65톤을 소비한다.

 

합천군의 친환경 급식으로 농민들은 무농약 쌀 전량을 아무 걱정없이 판매할 수 있고, 가격도 안정적이어서 쌀농가 소득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채소류와 과일류를 생산하는 농민들은 대부분 유기농인증을 받아 학생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안전한 급식을 위해 농민들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치지 않는 유기농 연구와 실험에 수년간 매달려 인증에 성공했다.

 

농민들의 안정적인 판로는 농산물 파동이 일어나도 학교급식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계약재배에 따라 농민들은 일정한 가격을 보장받으므로 배정받은 물량의 생산에 최선을 다해 수급에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합천군의 친환경 무상급식이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은 학부모와 학교의 이해에서 출발했다.

 

각 학교의 영양사와 급식관계자, 학부모들은 합천영농조합법인이 틀을 갖출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

 

로컬푸드에 의한 안전하고 신선한 급식, 거기에 지역의 소득향상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농민과 학교, 행정이 똘똘뭉쳐 합천군은 무상급식에 관한한 가장 앞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