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갑수 군산해양경찰서장 유족의 안타까운 사연

“생일 미역국 끓여 놨는데…”

▲ 4일 군산시 구암동 금강장례식장에 마련된 정갑수 군산해양경찰서장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조문을 하고 있다. 정 서장은 해경 경비함을 타고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현장을 순시하던 중 순직했다. 연합뉴스
해상 특별점검 도중 순직한 고 정갑수(57) 군산해양경찰서장에 대한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 서장이 자신의 생일날에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챙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정 서장은 성어기가 시작된 지난 10월부터 EEZ(배타적경제수역)내 중국 어선 조업 척수가 증가하자 해상경비에 나선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사고 전날인 3일 오전 1박2일의 일정으로 현지출장을 결정했다.

 

당시 직원들이 신형 3000톤급 함정 승선을 권했지만 정 서장은 가장 취약한 함정이 염려된다며 1001함 행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여년의 경비임무를 마치고 오는 12월 퇴역을 앞둔 1001함이 장비 노후화와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그 곳 승조원들의 안전이 제일 염려된다는 이유였다.

 

특히 정 서장은 이날 현지 출장을 앞두고 인천에 거주하는 부인 전경녀(52) 씨와의 휴대전화 문자 통화로 다음날 자신의 생일상을 차리기 위해 내려오겠다는 부인을 만류한 채 현지로 출발했다.

 

하지만 부인은 생일 미역국이라도 끓여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3일 저녁에 군산에 도착해 홀로 밤을 보낸 뒤 다음날 아침 생일상을 준비하고 8시께 남편에서 생일축하 문제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시간에 정 서장은 이미 실종된 상태였다.

 

군산해경 관계자는 “그날이 생신인 줄은 아무도 몰랐다”며 “퇴역을 앞둔 1001함의 장비와 안전시설 등에 대해 입버릇처럼 걱정하시더니 혼자 둘러보다 변을 당하신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직원도 “평소 술도 전해 안하시고 온화한 성품으로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곳을 찾아 매사에 솔선수범하는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의류할인매장을 운영하는 시민 김모(63)씨도 “지난주에 옷이 싸고 좋다며 바지에 휴대폰 주머니를 따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해 기억에 남았는데 그분이 해경 서장인 줄 몰랐다”며 “아마 현장 중심의 업무를 위해 그같은 주문하셨던 것 같은데 그런 분이 변을 당했다는 소식에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정 서장은 3일 새벽 5시 침실에서 조타실로 올라와 1시간여 동안 상황을 확인하고 6시 20분께 내려간 후 7시 아침식사 시간부터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해경이 수색작업을 펼친 결과 오전 10시께 어청도 서방 63km 해상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실족사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한 수사에 착수했으나, 일출전 어두운 시간이어서 6대의 CCTV 판독에서도 특별한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 인양 당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근무복과 단화도 그대로 입고 있었다.

 

해경은 고 정갑수 군산해양경찰서장을 순직 처리하고 경무관 일계급 특진과 홍조근정훈장을 추서했으며 영결식은 해양경찰장으로 8일 오전 10시 군산해양경찰서에서 치러진 후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유족으로 부인과 1남1녀의 자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