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전쟁 vs 너는 펫

영웅 신화냐 사랑싸움이냐

‘너는 펫’과 ‘신들의 전쟁’. 제목만 놓고 보면 전자가 더 야할 것(?) 같지만 사실은 후자가 ‘19禁’이다. ‘너는 펫’은 제목보다 훨씬 풋풋하고 귀여운 사랑 이야기이고, ‘신들의 전쟁’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몇몇 장면들이 등장한다. 연인 사이라면 로맨틱 코미디인 ‘너는 펫’을, 동성 친구들끼리라면 ‘신들의 전쟁’이 좋은 선택이 되겠다.

 

△ 신들의 전쟁(액션, 드라마, 판타지 / 110분 / 청소년관람불가)

 

‘에피루스의 활’을 차지한 자가 인류를 지배한다!

 

올림푸스 신들의 통치 하에 평화로웠던 세상. 하지만 권력에 대한 탐욕으로 가득 찬 하이페리온 왕(미키 루크)이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신들을 향한 전쟁을 선포하며 거대한 혼란에 휩싸인다. 인간 세계의 혼돈이 극에 달하자 인간의 전쟁에 관여할 수 없다는 올림푸스의 규율을 지켜야 하는 신들은 자신을 대신하는 인간을 ‘신들의 전사’로 추대한다.

 

인간인 테세우스(헨리카빌)는 하이페리온 왕의 폭정으로 가족을 잃고 복수를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앞에 나타난 예지자 페드라(프리다 핀토)는 그가 바로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임을 예언하게되고, 테세우스는 평범한 인간에서 벗어나 신의 뜻을 대신할 유일한 전사로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예지자의 말에 따라 신화 속 불멸의 무기 ‘에피루스의 활’을 찾게 된 테세우스. 마침내 신이 선택한 전사이자 불멸의 영웅으로 새롭게 깨어나 신과 인간 모두의 운명을 건 하이페리온 왕과의 마지막 전쟁을 시작한다.

 

그리스 신화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 회자될 이야기다. ‘신들의 전쟁’ 은 영웅 신화 이야기에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관객을 자극한다. 여기에 유사한 작품으로 꼽히는 영화 ‘300’의 제작진이 참여해 기대치가 높아졌다. 하지만 ‘300’보다 현저하게 적은 액션신은 과연 이 영화가 과연 액션영화라 불려도 되는지 의구심을 품게 한다.

 

 

△ 너는 펫(멜로, 로맨스, 코미디/ 110분/ 12세 관람가)

 

‘우리나라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대모(?)’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배우 김하늘이 새로운 영화로 돌아왔다. 그녀의 강점을 살리는 로맨틱 코미디 물인데다가 요즘 한류스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장근석이 호흡이 맞췄다. 두 배우의 존재감만으로도 관심이 주목되는 가운데, 재미있는 사건이 호기심에 불을 붙였다. 남성연대라는 이름의 단체가 ‘너는 펫’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 남성을 ‘개’로 규정해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위배했다며 재미를 위해 인격이 모독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원작이 된 동명의 만화는 연애관계가 주인과 ‘펫’의 관계와 다르지 않다는 게 초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무난하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평가는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고학력, 고수입에 먹히는 외모까지 겸비한, 하지만 꽉 찬 나이와 ‘욱’하는 성격이 흠인 여자 은이(김하늘)은 너무 잘난 게 문제다. 직장 동료나 애인에게도 부담스러운 존재인 그는 어느 날 여러 집을 전전하던 댄서 인호(장근석)와 만나게 되고 은이의 집으로 들어온다. 남자가 아닌 충실한 펫이 되겠다는 인호에게 은이는 ‘모모’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주인과 펫의 관계로 평화롭게 지내지만, 은이의 첫사랑이 나타나면서 관계는 틀어지고 만다.

 

몇 가지 설정이 바뀌기는 했지만, 원작 만화를 그대로 살린 게 장점. 설정 자체가 독특해 흥미롭지만 만화에서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 무리가 있었는지 혼란스런 장면들이 보인다. 더욱이 ‘장근석만을 위한’ 장면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미지수. 하지만 확실한 것은 ‘모모’와 같은 애완동물이라면 100마리라도 키우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