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역사유적지구(이하 익산지구)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백제 문화권으로서 익산지구의 재조명은 그간 공주나 부여 쪽에 무분별하게 편향된 역사적 과오를 바로 잡는다는 차원에서도 그 의미가 각별하다. 금마·왕궁 미륵사지권역과 웅포 일원의 입점리권역으로 대표되는 이 지구는 그래서 고고학적 자료에 대한 보다 과학적이고 정밀한 연구작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김삼룡 전 원광대 총장은 10일 “익산은 백제의 수도였다”며 백제 무왕의 익산 천도설을 다시 강조했다.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하면서 그동안 40년 가까이 이 분야 연구에 유독 신경을 써온 결과로 보인다. 익산에는 관련 유물들이 많이 있을 뿐 아니라 왕궁터와 국립사찰터, 성곽과 왕릉 등이 남아 있고, 1970년 일본에서 발견된 관세음신앙 영험기록인 ‘관세음응험기’를 봐도 익산천도 기록이 있다는 주장이다.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이날 전라북도, 익산시와 함께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백제 말기 익산 천도의 제문제’란 주제로 개최한 익산지구 세계유산등재 추진 국제학술대회에서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해 성균관대 교수도 “익산의 백제 고도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풍부한 문화유적들이 나오고, 복원이 이뤄지고 있어 문화유산 등재가 기대된다”고 거들었다. 이 정도면 한 때 임금이 살아왔다는 게 명백하지 않느냐는 카드다.
익산지구는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잠정목록에 등재되고, 지난 2월에는 문화재청이 세계유산 등재 우선추진유산으로 선정했다. 그걸 보면 천도 사실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 싶다. 역사의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지만 ‘삼국사기’에 천도사실이 없다는 일각의 의견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천도설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 천도론 규명은 익산의 백제문화유산이 지니는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규명하고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데 이들 유산의 성격을 규정하는 방향키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민과 주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주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논란의 여지를 또 내주는 꼴이 된다. 문화유산이 국격과 경쟁력을 대변하는 소중한 매개로서 지역발전의 원동력까지 제공한다는 점에서 익산지구의 가치와 경쟁력은 그만큼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