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가 대답하라” 들끓는 문화계

5년 끈 전북문화재단 유보 “사과·해명도 없어”...결집된 목소리·대안없는 문화계 향한 비판도

속보= 전북도가 전북문화재단 출범을 유보키로 결정하면서 전북 문화 지형도에 대한 중·장기적 비전 없는 행보를 이어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도의회 반대로 일단 유보되기는 했지만, 최근 전북도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과를 만드는 등 사실상 문화체육관광국을 강화한 조직 개편안을 두고 애초부터 문화재단 출범에 뜻이 없었던 포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전북도의 문화재단 유보 방침은 최근 전북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종석 문화체육관광국장을 통해 처음 드러났다. 그러나 문화재단 출범이 김완주 도지사의 민선 4기 문화정책 핵심 공약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도지사가 직접 나서 어떤 사정의 변화가 있었는지를 설명하고 문화예술계와 도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도리가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창윤 전북민예총 회장은“도지사의 사과는 고사하고 해명 한 마디 없이 문화재단 출범을 무산시키면서 어떻게 하겠다는 대안을 내놔야 할 게 아닌?굡箚?따져 물으면서 “끓어오르는 지역 문화계에 대해 성의 있고 책임 있는 소통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발끈했다.

 

배승철 도의원(문화관광건설위원회 위원장) 역시 “도의 이같은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면서 “지역의 문화예술 창달을 위한 중·장기적 정책이 요구되는 데다, 문화재단 설립을 위한 조례까지 만들고 예산을 확보하려는 노력까지 하다가 다시 유보하는 것은 일관성 없는 행정력 낭비”라고 꼬집었다.

 

문화체육관광국이 종전 3개 과에서 5개 과로 늘어나는 이번 개편안을 보면 삶의 질 정책과와 관광레저과가 신설되고, 문화예술과는 문화향유과로 이름을 바꾼다. 전북발전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내년 신규 핵심 사업으로 문화코디네이터 배치, 시민예술촌·문화예술의거리 조성 사업 등 문화 복지 확대 방안을 제시해 문화향유과 사업이 확장됐다. 삶의 질 정책과에서는 슬로시티 지구 구축 시범 사업, 로컬푸드 공동체 지원 사업 등이 추진된다.

 

문제는 전북도가 전발연이 내놓은 중·장기 계획안을 토대로 내년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2년 순환 보직 공무원이 맡게 되면 사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문화기획자 김선태씨는 “전북은 대체 언제까지 장기적인 문화정책 없이 갈 것인?굡箚?물은 뒤 “문화재단 출범의 답은 결국 문화의 주권이 누구에 있느냐로 요약된다”면서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향유권(창조권)을 결국 민간 전문가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행정이 쥐고 흔들고 있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전북도가 문화재단 출범의 부정적인 요소로 일부 문화계 인사를 내세워 문화권력화를 운운하고 있으나, 실제 문화권력은 행정권력이라는 입장이다.

 

지역 문화계 역시 전북문화재단 설립 무산을 두고 “그럴 줄 알았다”는 회의적인 입장으로 일관하면서 이와 관련한 결집된 목소리나 생산적인 논의 구조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화예술계가 어느덧 관료화됐다”고 지적하면서 “열악한 여건에서 관의 지원금에 의존하다 보니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누군가 문화재단 출범 공론화를 위한 깃발을 꽂기만 기다릴 뿐, 다들 책임 있는 노력은 하려 하지 않고 뒷공론화 하기에만 바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실정에서 도가 문화재단을 통해 민간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지원하기 보다는 행정이 문화정책을 총괄하는 게 관리하기도 쉽고 리스크도 작다고 보는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문화재단 출범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