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일부 국가들이 구제금융을 받게 되자 이들은 “아시아의 기적은 사라졌다.”며 폄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시아 경제는 1년도 채 안돼 다시 살아났다.
사실 영국이 산업혁명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아시아가 세계 중심이었다. 중국과 인도는 경제력과 군사력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된 지역이었다. 세계 4대 발명품인 화약·나침반·제지·활자기술 등 당시 최첨단기술과 산업이 모두 아시아에서 꽃피워졌다.
그러던 것이 산업혁명과 해양무역, 자동차경제, IT와 금융혁명 시대를 거치면서 미국의 시대를 만들었다. 그렇긴 해도 지금은 중국과 한국, 일본, 타이완 등 아시아가 제조하는 물건이 없으면 서방세계의 슈퍼와 마트는 지금 당장 모두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메이드 인 아시아’에 의존하는 상황이 됐다. 그 중심에 옛 맹주였던 중국이 다시 서 있다.
미국과 중국이 지금 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무역 군사 식량 등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게 없다. 그들의 영향력은 드러나 있는 것 이상으로 크다.
‘아시아에 가장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을 물었더니 미국 대통령(53%)과 중국의 국가주석(42%)을 꼽았다. 하지만 정책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았다. 중국과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에 대해서는 각각 71%와 49%가 불만족스럽게 생각했다. ‘만족’은 각각 2%와 6%에 그쳤다.
‘아시아적 가치 공유’를 모토로 지난 11일 창간한 AsiaN(www.asia-n.asia)이 아시아기자협회와 함께 전북일보 등 한국의 신문· 통신·방송사와 인터넷신문 기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반응이다. AsiaN(발행인 이상기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최초의 온라인 매체다.
영향력은 인정하되 정책에 대해선 불만이라면 한국은 정책마다 고단수의 외교능력을 발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지도자들이 할 일이다. 그런데 FTA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경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