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선생님께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아이들을 아끼고 위하는 진정한 교육자가 꼭 될 거예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00 고등학교 1학년 신수정이에요. 사실 선생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책을 읽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아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이 쑥스러워요. 그렇지만 용기를 내어 써 봅니다. 한 달 전 선생님께서 우리 학교로 강연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생님의 책을 읽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서 말씀 하신 부분에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12시까지 토요일도 일요일도 없이 공부를 하는 제 일상에 많은 회의를 느껴서 일까요. 우리 학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어서 나는 이 학교를 오게 되었지만 그러나 우리 학교도 인문계 고등학교여서 한 달에 두세 번 시험을 쳐 줄 세우기 하는 현실이 너무 싫어요. 선생님들도 우리들에게 공부를 시키시면서 너희들이 불쌍하다고 하십니다. 지난번 시험에서 제가 1등을 하였습니다. 밤을 새워 바득바득 공부를 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왜일까요. 1등만 하면 세상에 바랄 것이 없겠다고 생각했던 스스로가 부끄럽게도 저는 1등이 가장 힘든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 떨어질 것 만 같은 위기감이 덮쳐왔지요.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두가 괴로운 이런 공부를 왜 해야 할까?’ 1등은 1등대로 꼴찌는 꼴찌대로 서러운, 이런 공부를 왜 해야 할까요. 선생님, 설마 선생님께서도 “그야 당연하지 좋은 대학, 명문대학 가기위해서잖아.”라고 하시지는 않겠지요. 저는 이 말을 수 백 번도 더 들은 것 같아요. 선생님 저는 자유롭게 공부하고 싶어요. 저는 공부하는 자체는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특히 영어와 한국사 공부할 때는 누가 불러도 모를 만큼 열심히 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공부를 자유롭게 더 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 받고 나중에 우리나라 교육을 이끌어 나갈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저처럼 자유로운 공부에 굶주린 학생들을 돕고 선생님 같이 생각하시는 전국의 많은 선생님들도 돕고 싶어요. 선생님의 글에는 진심이 묻어납니다.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것이 느껴져요. 우리들의 획일화된 교육이 염증을 느끼신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이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두근거려요. (정말이어요.) 저도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아끼고 위하는 진정한 교육자가 꼭 될 거예요. 내일 아니, 오늘 조금 있다 뵈요.’(2011년 11월9일 고요한 새벽 2시 수정 올림)

 

 

이글은 지난 토요일 충북 문경의 어느 고등학교 강연을 갔을 때 강연이 끝나고 여러 학생들이 내게 건네 준 편지 중에서 한 여학생의 편지를 옮겼다. 1학년인데 똑똑도 하다. /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