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서울대 로스쿨 ‘채용 특혜’ 의혹

익명게시판에 우수학생 인적사항 요구… 지방대 로스쿨생 원성...전북대 이준영 원장, 오늘 법전원협의회 간담회서 문제 제기

검찰이 내년 초 검사 임용을 앞두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졸업 예정자들에게 ‘채용 특혜’를 주려 한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당장 대형 로펌(law firm·법률회사) 실무수습 기회조차 수도권 로스쿨 학생들에게 빼앗겨 온 지방대 로스쿨 학생들 사이에선 ‘나라가 개판’이라는 원성마저 나오고 있다.

 

22일 정오 서울 모 음식점에서 열리는 권재진 법무부장관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의 오찬 간담회에서 이번 문제가 집중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7일 서울대 로스쿨 누리집 익명게시판에 올라 온 ‘3학년 분들 보셔요!’라는 글이었다.

 

글쓴이는 “검찰 지원과 관련하여 비공식적으로 안내할 내용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게시판에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라며 “서울중앙지검의 OOO 검사께서 개인적으로 부탁하신 내용이니, 많은 관심 가져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검찰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예정자 가운데 우수 학생을 선발하고자 검찰 리쿠르팅에 관심 있는 졸업 예정자를 비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라며 특정 이메일로 ①이름·나이 ②이메일 주소 ③본인의 장점 등을 포함한 인적 사항을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검찰이 이와 같이 서울대학교 법전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공식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사실을 검사님께서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당부하였으므로 이 점을 여러분께도 부탁드립니다”라고 당부하며, 이달 20일까지만 게시한다고 예고했다. 이 글은 21일 현재 삭제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도내 로스쿨 교수진과 학생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전북대 로스쿨 이준영 원장은 “어떤 기관보다 로스쿨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일해야 할 검찰이 로스쿨 첫 졸업생 선발 절차부터 이런 일을 벌였다면 상식적으로 맞지 않고, 헌법상 평등권 침해”라며 “만약 사실이라면 비공식적으로 접촉했더라도 관련 기관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엔 유명한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법대가 있었을지언정 현재는 유명한 SKY 로스쿨은 없다”며 “법무부장관과 만나 △로스쿨 교육 과정과 연계된 변호사시험 출제 △2, 3기 로스쿨 졸업생 합격률 연내 확정 △로스쿨 졸업생 직역 확대 △변호사시험 실시 장소 확대 등 현안과 함께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광대 로스쿨 1학년 A씨는 “검찰 실무는 동일한 교재와 시험 문제로 전국 로스쿨에서 동일하게 실시하고 있고, 검사 임용도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법무부 법조인력과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안다”며 “사기업이라면 (이런 일이) 가능하겠지만, 아마도 해프닝일 것”이라고 반신반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