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신춘문예, 선배 문인들이 예비 문인들에게 전하는 ‘당선 비법’

뜨겁게… 치열하게…시든 소설이든 기본기가 탄탄한 문장에 힘쓰...고정형화된 글쓰기 보다는 참신한 개성 보여줄 것

최일걸씨는 전북일보·한국일보 동화, 조선일보·전남일보 희곡, 광주일보 시까지 ‘신춘문예 5관왕’이다. 하지만 그만큼 신춘문예에 많이 낙선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렇듯 신춘문예는 독한 사랑과 같은 열병을 앓는 문청(文靑)들을 위한 축제다. 각자의 골방에서 한 줄 한 줄 ‘청춘백서’를 완성할 수많은 문학청년들을 위해 선배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집중력, 활력, 치열함, 간절함. 이것을 어떻게 담아내느냐, 그것이 숙제로다.

 

정읍에서 태어나 원광대와 동 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을 공부한 박성우 시인은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로 문단에 나왔다. 박 시인은 “(신춘문예 마감 전) 10월부터 아예 사람들을 안 만나고, 밤에도 혼자 있었다.” 7전8기 끝에 아동문학에 등단, “혓바늘이 돋아 밥 못 먹을 정도가 돼야 이곳 저곳에서 연락이 온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기본기가 탄탄한 문장. 시적 허용과 별개의 문제다. 숨 막히게 뛰어난 표현력도 주술관계가 부자연스러우면 눈밖에 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를 맡았던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은 “집중할 것, 즐길 것”을 당부했다. 안 시인은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당선될 때까지 해마다 몹쓸 병처럼 신춘문예를 통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등단 전, 대부분의 내 습작품은 신춘문예 마감일을 앞두고 마무리된 것들이 많습니다. 참으로 많은 시를 끙끙대며 썼어요. 혹독한 수련과 연마를 그 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시로 등단했지만 동화‘연어’와 동화집‘냠냠’까지 펴낸 안 시인은 “어려운 말은 쓰지 말라”고 당부했다. 시든, 동화든 삶을 간결하게 노래하자는 것이므로 문장이 헷갈리면 읽지 않고 그냥 놓아버리게 된다는 것. 세련미와 유려함으로 단련된 글은 많으나 참신한 이야기를 담는 작품은 드물다면서 기성 문인들에게서 볼 수 없는 톡톡 튀는 개성의 발현이 관건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 심사를 맡은 문학평론가 오하근 원광대 명예교수는 “‘수필 = 주변문학’이라는 잘못된 등식이 있긴 해도, 수필 쓰는 사람들에게 전북일보 신춘문예는 로망”이라면서 “지나친 미사여구를 지양하고, 기존 패러다임에 갇히지 않으면서, 새로운 그릇에 담으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용 못지않게 ‘섹시한’ 제목과 편집이 당선의 ‘8할’을 좌우할 수도 있다. 시의 제목을 명사형으로 할 것이냐, 서술형으로 할 것이냐, 과감하게 미완성 문장으로 할 것이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된 극작가 최기우 최명희문학관 기획연구실장은 “오랫동안 들인 공력이 너무 허술한 외피 때문에 무참히 사그라드는 경우가 있다”면서 “독특한 서체 보다는 일반적인 서체를 쓰면서 오타나 오기, 띄어쓰기도 꼼꼼히 점검하고, 정성스레 편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컴퓨터 글쓰기가 대세인 만큼 원고지에 쓰는 것보다 프린터로 출력해 보내는 것이 좋다”면서 “신춘문예는 쓰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봉투에 넣고 풀칠하고 우표를 붙이는 정성과 마음가짐까지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안도현 시인은 해마다 떨어진 학생들에게 “낙선을 축하한다”며 ‘낙선주’를 산다. 어느 날 갑자기 ‘등단’이라는 횡재를 만나는 것보다는 ‘준비된 시인’이 더 오래,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다는 것. 아깝게 낙선하더라도 문학과의 황홀한 연애라는 추억은 오래토록 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