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오페라단, 韓·伊 합작 오페라 ‘라보엠’

완벽한 무대 호흡에 행복한 객석

거의 모든 것이 서울 등 수도권으로 집중되어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지방의 문화예술단체가 지역에서 바로 ‘국제화’ 혹은 ‘세계화’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주옥같은 아리아의 기품 있는 연주로 공연 내내 객석의 관객들을 무대에 집중시키고 있던 호남오페라단(예술감독 조장남)의 한·이태리 합작 오페라 ‘라보엠’(20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이 열렸다.

 

가난한 보헤미안 예술가인 극작가 로돌포와 ‘날마다 수만 놓고 사는 아가씨’인 미미의 애절한 사랑과 삶의 이야기를 맑고 투명하게 표출해나가던 이날 공연은 마치 전주 지역의 모든 공연예술단체들이 모두 총출동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날 전주시립합창단의 합창은 맑고 탄력 있는 연주를 생동감 넘치게 이뤄가고 있었으며, 전북연극협회 소속 연기자들의 ‘군중들의 모습의 연기’도 진지하기만 했다.

 

CBS소년소녀합창단의 깨끗한 합창도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었다. 파리의 가난한 예술가들의 거소가 20세기 초반 사실주의 그림처럼 심플하게 회화로 표현된 무대장치 속에 시작된 제1막은 이날 공연에 초대된 두 이태리 스칼라 극장 주역 성악가인 다리아 마지에로(미미 역)·로자리오 라스피나(로돌포 역)의 탁월한 오페라 해석 능력과 표현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미미의 시린 찬 손을 잡아 따뜻하게 만들며 이루던 로돌포의 장쾌한 듯이 객석에 설득력 있게 다가오던 아리아는 관객들 모두를 마치 천상의 세계로 인도해 나가는듯 했고, 이에 수줍은 듯이 화답하며 ‘차가운 겨울 속에서도 봄의 찬란한 태양을 그리며’ 부르는 미미의 아리아도 객석에 깊은 예술적 전율을 던지고 있었다.

 

상쾌한 오케스트라의 연주 속에(이날 오케스트라는 이일구 지휘자의 섬세하고 정교한 비트에 의해 공연 내내 가수들을 안정적으로 노래할 수 있게 해주고 있었다) 이루어진 제2막에서는 관능적인 표현이 살아 넘치는 연주를 선명하게 이루고 있던 무젯타(소프라노 김희선)의 연기가 인상적이기만 했다. 눈이 내리는 돌 담집 풍경이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답던 제 3막은 미미가 ‘집을 나간’ 로돌프를 찾아 나서며 시작된다.

 

미미가 “(나에게 선물로 사준) 그 장미 빛 모자를 가지고 싶으면, 추억으로 간직하라”는 이별의 노래를 부르자 객석의 큰 박수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시 이어진 한국의 두 주역 가수들과(바리톤 장성일, 소프라노 김희선 등) 이태리의 두 주역 가수들이 함께 이루는 매혹적인 4중창 연주는 완벽한 국제적 ‘예술 협력’(artistic collaboration)을 이루면서 이번 공연 성공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제4막에서는 날카로운 듯이 장엄한 오케스트라의 연주 속에서 미미가 죽어가며 객석을 감동의 전율 속에 빠뜨리며 끝나고 있던 이날 공연은 2막 후반의 뭔가 쳐지는 부분이 약간 아쉬웠지만, 세계 어느 나라 관객들에게 내놓아도 하나 부족할 것 없는 공연이었으며, 클래식예술을 사랑하는 전주 지역의 관객들을 거의 무대에 빨아들이고 있던 공연이었다.

 

이제 그 공연의 높은 완성도 때문에 ‘전라북도 최초의 전문오페라단’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두는 수식어가 약간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던 이번 호남오페라단의 공연은 객석의 감동적인 박수 속에 마무리되고 있었다. 평자는 이날 우리나라 오페라 발전을 무대 위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며 힘차게 선도해나가는 오페라단의 소중한 공연의 현장에 있었다.

 

송 종 건

 

오페라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