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병(中央病)

정운찬 동반성장 위원장이 지난 20일 이명박 대통령이 동반성장 의지와 더불어 양극화문제를 해결하려는 결연한 의지가 없는것 같다고 하면서 위원장 사퇴 등 중대한 결단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사회의 양극화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와있다. 서울에서만도 반(半)지하에서 생활하는 가구가 무려 15만 가구라고 한다. 1가구당 5명으로 계산한다면 약 75만명이 열악한 주거 환경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강남은 먼나라쯤으로나 보일것이다. 서울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서울의 지나친 비대증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의원들도 선거철에만 지역구에서 부산을 떨뿐 낙선하면 대부분 서울에 정착해 서울시민이 돼버린다.

 

국회의원에 낙선한 뒤에도 고향에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한국인들은 유달리 중앙을 좋아한다. 오래전에 지방도시의 각종 간판을 조사한바 있는데 가장 선호하는 상호(商號)가 ‘중앙’이요 다음이‘서울’이었다고 한다. 예를 든다면 ‘중앙식당’ ‘중앙상사’ ’중앙 유치원’식이다. 서울권 인구가 1000만명 넘는 이유도 바로 한국인의 ‘중앙병’이 그 원인의 하나이다.

 

한국인의 중앙병은 삼면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를 정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통일 신라 이후 외곽으로 진출하려는 원심력은 줄어들고 가운데로만 파고만 들려는 구심력이 반비례해서 더욱 커져 버린 것이다. 삼국시대 이후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제로 통치되다 보니 정치 경제 문화가 중앙인 서울로 집중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한국사람들은 감정이나 용기나 지혜도 신체의 중심부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뱃심이 좋다든지 배짱이 좋다드니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드니 담이 크다드니 하는 것이 모두 이런 식인 것이다.

 

신라 진평왕때 설계두라는 청년이 골품제니 문벌만을 따지는 신라땅에서 답답해서 못살겠다고 하면서 서쪽으로 가서 비상한 공을 세워 천자옆에서 호령하고 싶다고 하면서 신라를 떠났다는 이야기도 있고 기록상으로도 먼 인도로 순례를 떠난 스님만도 혜초를 바롯해서 10명이 있다고 한다. 중앙병은 개척정신과는 거리가 멀다. 서울 중심적 중앙병 이대로는 안된다. 장세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