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막으로 된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1830년대, 프랑스 파리를 무대로 보헤미안 기질을 가진 예술가들의 방랑과 우정,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 가운데 백미는 가난한 시인 로돌프와 수 놓은 처녀 미미의 사랑이다. 이웃에 사는 이들은 촛불을 붙이려 왔다 사랑이 싹트지만 지독한 가난과 질투 때문에 헤어진다. 그리고 1년 뒤 다시 만났으나 폐결핵이 깊어진 여주인공 미미는 끝내 숨지고 만다. 이 과정에서 그 유명한 ‘그대의 찬 손’과 ‘내 이름은 미미’라는 아리아가 불려진다. ‘그대의 찬 손’은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세계 최정상의 테너들이 불러 더욱 유명세를 탔다.
가난한 시인 로돌프의 방에서 미미는 촛불을 붙여 나가다 그만 열쇠를 잃어버린다. 다시 들어 와 열쇠를 찾으려다 불까지 꺼져 버린다. 로돌프는 이미 열쇠를 찾았지만 못찾은 척 하고 같이 열쇠를 찾기 위해 더듬거리다 잡게 된 미미의 찬 손…. 어둠 속에서 그 찬 손을 잡으며 “처음 만났지만 그대를 따뜻하게 해 주고 싶어요”라고 고백한다. 당신으로 인해 사랑의 희망이 생겼다는 조심스럽고 가슴 설레는 아리아다. 이에 ‘내 이름 미미’는 “흰 눈을 녹이는 봄의 첫 햇살을 제일 만저 받는다”며 수줍은 듯 화답한다.
이 라보엠이 호남오페라단 창단 25주년 기념으로 지난 18~20일 한국소리문화전당 모악당에 올려졌다. 특별히 이번 무대에는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라스칼라 주연가수 2명이 동참해, 성가를 높였다. 주인공 로돌프와 미미 역이다. 거구의 이들 주역은 풍부한 성량으로 무대를 팽팽하게 만들었다.
2000여 석을 꽉 채운 무대는 전주지역 공연예술단체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다. 오페라단원은 물론 전주시립합창단과 전북연극협회, CBS소년소녀합창단 등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판소리 등 국악의 탯자리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 민간 오케스트라로 새롭게 출발한 클나무필하모닉 등과 함께 왕성한 활동으로 전북의 음악판이 질적·양적으로 풍성해졌으면 싶다. /조상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