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도 더 된 해묵은 과제지만 성사가 어려운게 전주·완주 통합이다. 두 지역 사람들 의견을 들어보면 대체로 ‘통합 해야지’가 대세다. 합쳐야 한다는 명제에는 크게 이의가 없는 듯 하다. 적극적인 통합론자도 많다. 그러나 정작 여론조사를 하거나 행정적 절차로 접근하면 대답은 ‘아니 올시다’다. 주로 완주군쪽 반대 목소리가 크다. 그동안 몇 차례 성사 가능성이 보이다가도 막판에 불발로 그쳐 아쉬움만 키워왔다. 그렇다면 무엇이 통합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일까. 우선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의 추진 주체가 전주쪽이었다는데 있는 것 같다. 완주군민들과의 소통 부재속에 전주 중심의 일방적 추진에 군민들의 반감을 키운 결과다.
사실 시세(市勢)보다 약한 군세(郡勢)로는 대등한 통합이 어려울 것이다는 막연한 피해의식이 완주군민들에게는 잠재해 있다. 당장 통합이 이루어지면 주민편익시설보다는 쓰레기 처리장이나 장례식장, 공해 유발업소 같은 혐오시설이 더 많이 옮겨오고 각종 세금부담도 늘어날 것이라는 현실적 우려도 크다. 전주시 쪽에서 아무리 아니라고 설명하고 통합이 성사될 경우의 당근을 내놓아도 쉽게 납득하지 않는 불신감이 팽배한 것이다. 또 있다. 지역의 정치권이나 공무원, 각종 직능단체, 토호세력에 이르면 얘기는 달라진다.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먹물깨나 먹은 사람들은 손익계산이 빠르다. 그들로서는 통합이 이루어 지면 당장 감투가 줄어 들거나 지금까지 누려왔던 지역사회에서의 영향력에 주름이 갈 터이니 쉽게 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정한 계층이나 지역 유지연 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실제보다 과잉 대변되는 현상, 이른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역설이 통합의 걸림돌임이 분명하다.
전주와 완주는 정서적으로 한 뿌리이고 생활환경이나 경제활동에서도 엄연한 공동체이다. 실제로 완주군에서도 삼례나 봉동읍, 이서·구이·상관·소양면 등은 사실상 전주권에 편입돼 있고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도 같이 이용한다. 다른 지역도 집은 완주에 있으면서 학교나 직장은 전주로 다니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교육·문화·경제권에 경계가 따로 없으니 행정구역은 지도상에나 존재하는 선(線)에 불과하다. 그런 두 지역이 단지 행정구역에 묶여 딴 살림을 차리고 있다면 오히려 그것이 비정상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전주·완주는 통합해서 한 시민이 돼야 마땅하다. 장차 두 지역이 통합된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당장 인구 80만명(전주 63만·완주 8만) 규모의 광역시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각종 개발사업의 추진 생활환경 개선, 주민소득증대에 획기적 전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27일 발족한 ‘완주·전주 하나 상생협력 추진대책협의회’가 통합논의의 불씨를 다시 지피고 있다. 협의회는 지금까지의 추진방식을 바꿔 완주군민들에게 직접 다가가 통합 노력의 진정성과 신뢰회복에 중점을 둔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에야 말로 전주·완주 통합의 오랜 열망이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갈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지역 통합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김완주 지사와 송하진 전주시장, 임정엽 완주군수의 결단이 필요하다. 3자가 머리를 맞대고 끝장 토론이라도 해서 묘수를 찾아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