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먹이 빚은 고독한 도시의 깊은 울림

동양화가 이여운씨 개인전

▲ 삼원 한약방 가는길
동양화가 이여운(39)씨는 비(雨)에 갇힌 도시를 본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이는 도시는 무표정하다. 전주 한옥마을 내 교동 레지던스 기획 초대전‘off-air’에 수묵 기법으로 건축물 속에 담긴 역사성과 시대성을 탐구해온 이여운(39)씨가 초청 돼 ‘Timeless City’를 열고 있다. 지난 4월 교동아트스튜디오에 입주한 그는 한옥마을을 거닐면서 “전통 한옥과 일본식 적산 가옥, 한옥 형태의 현대식 건물이 혼재한, 시간이 멈춘 도시 같다”고 느꼈다.

 

그는 오랫동안 수묵을 통해 공허한 도시 속 소외된 인간에 주목해왔다.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Hopper·1882~1967)가 도심 길거리나 상?ㅑ領쳄?풍광, 인물을 통해 공허함·고독감을 드러내왔다면, 그는 반듯한 선과 담백한 농담으로 빌딩숲과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 등을 그려내 고독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여줬다.

 

‘경기전 앞에서’, ‘섬 - 한옥마을’, ‘객사길’로 이어지는 물에 잠긴 듯한 건물의 풍광은 스스로를 잊고 풍경에 빠지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풍경을 보던 눈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들며 고독하게 한다. 하지만 그 모든 풍광이 이상할 정도로 ‘위로’를 준다. ‘네’가 외로워서 ‘내’가 조금 덜 외로운 세계를 깨닫게 하는 건 아닐까. 역설적으로 그런 고독의 힘이 다시 일상에 돌아갈 힘을 얻게도 한다. 그래서 그의 수묵화는 역사적이면서도 개인적이다.

 

그는 홍익대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대학원 석사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 박사를 수료했다.

 

이화정기자 hereandnow81@

 

 

△ 전주 교동 레지던스 기획초대전 ‘off-Air’ - 이여운 개인전‘Timeless City’ = 12월4일까지 전주 교동아트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