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종 화백은

그림으로, 글로…세계를 향한 천재성 과시

김병종 화백의 그림을 보면 우선 이중섭과 박수근의 그림이 떠오른다.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가 그러하고 천재성이 그러하다. 여기에 그림에 대한 뜨거운 열정까지 닮았다. 다만 시대가 달라, 채색이 훨씬 자유롭고 시야가 세계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김 화백은 동(東)을 축으로 하고 서(西)를 외연으로 전통과 현대를 넘나든다. 또 절제와 자유, 세속과 탈속, 추상성과 구상성이 교묘히 교직한다. 그러나 그 밑바탕에는 ‘화선지에 먹이 스며들듯’ 문자향(文字香)이 배어난다.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과 여행 덕분이다. 더불어 그가 자란 뼈대 굵은 지리산과 ‘첫날밤 새색시의 풀어진 치마끈같이 흐르는’ 섬진강의 감수성이 녹아있다.

 

김 화백은 그림과 글을 융합한 제3의 장르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우뚝 선 존재다. 천경자 이우환 최종태 등도 있으나 질과 양적인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그의 글솜씨는 일찍부터 주머니 속 송곳(囊中之錐)이었다. 중학교 때 벌써 까뮈 보들레르 사르트르의 책을 읽고 시집을 낼 정도였다.

 

대학시절 서울대 대학문학상 등을 시와 산문, 소설로 석권했다. 또 제대 후에는 연극판에서 살며 희곡 10여편을 기성극단을 통해 무대에 올렸다. 그리고 1980년과 81년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미술평론과 희곡으로 당선되었다. 같은 해 대한민국 문학상, 삼성문화재단 저작상을 받았다.

 

글로는 부인 정미경(51) 소설가도 부창부수다. 이화여대 영문과 출신으로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이상문학상과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글발부부인 셈이다.

 

1953년 남원에서 태어난 김 화백은 용성중을 나와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과 파리 등 세계 여러나라에서 20여 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500여 회의 국내외 기획전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대영박물관 등 국내외 저명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미술기자상, 선미술상, 한국미술작가상, 기독문화대상 등을 받았다. 서울대 미술대학장과 미술관장, 조형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와 작품집으로 중국회화연구, 화혼을 불사르고, 김병종의 화첩기행 1-4권, 바보예수, 생명의 노래, 라틴화첩기행, 여행-on the road 등이 있다.

 

두 아들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서울대 미대 대학원과 학부에 재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