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이 영국을 휩쓸던 1990년 5월 존 검머(John Selwyn Gummer) 당시 농식품부 장관은 자신의 네살박이 딸과 함께 방송에 출연, 소고기가 들어있는 햄버거를 먹으며 “광우병은 인체에 해를 미치지 않는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17년여가 지난 2007년 10월 검머 장관 친구의 딸로 버밍엄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하던 엘리바베스 스미스가 스물세살의 꽃다운 나이에 ‘크로츠벨트 야코브병(광우병)’으로 죽고 만다. 이 사건을 기폭제로 영국인들은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해 폭발적인 관심을 갖게 됐고 영국정부는 식량안보를 유지함과 동시에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농업정책의 대안으로 로컬푸드 운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11년 농림부와 환경부, 여러 산하 기구들을 통합해 출범한 환경식품농무부(DEFRA : Department for Environment, Food and Rural Affairs)와 런던시청의 역할이 그것이다.
한국의 로컬푸드 현실은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디딘 수준이다.
로컬푸드에 관한 한 가장 앞서있다고 할 수 있는 완주군은 군에서 로컬푸드 인식의 확산부터 농가의 조직, 재배, 인증, 유통, 홍보·마케팅 등 전 분야에 걸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핵심주체인 중간지원조직(로컬푸드 법인)과 농민의 참여는 비중이 적다.
완주군 농촌활력과 유왕기씨는 “영국은 정부의 치밀하고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 로컬푸드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켜 나갔고, 그 결과 중간지원조직과 지역 농민은 건강한 먹을거리의 생산·유통·판매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로컬푸드 초기인 현재 지금처럼 모든 분야에 자치단체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직접적인 지원이 너무 오래 계속돼서는 발전이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농촌에서는 고령농·영세농이 농산물 판로가 취약하고 도시에서는 소비자가 로컬푸드에 의식이 있어도 구입처를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이제부터 로컬푸드 확산을 위한 방법을 살펴보자. 우선 지역·마을공동체·농민간 네트워크 형성과 협의를 통해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농촌과 농산물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농촌공동체 전문화와 소득 증대를 위한 통합된 민간지원조직이 육성돼야 하고 홍보 강화 필요성이 높다.
완주군의 꾸러미밥상·천안의 아파트 목요장터·합천의 모든 초중고생 학교무상급식처럼 생산자와 소비자의 생활패턴에 맞는 로컬푸드 유통·판매체계가 구축돼야 하고 영국의 팜샵·PYO(농장 직접수확 구매) 등 생산자·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마당이 펼쳐져야 한다.
△팜샵
영국처럼 팜샵(Farm Shop)을 조성 운영하면 지역내 소농·고령농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팜샵은 지역내 생산 농산물을 유통시키는 소규모 매장이다. 팜샵은 마을형, 두레농장형, 거점판매형 등 다양한 형태로 확산 가능하다.
대도시 인근의 접근성이 좋은 도로변 마을을 대상으로 빈집을 개보수해 팜샵으로 만든 후 주변 50㎞ 반경 마을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농산물(곡류·채소·과일·유정란·축산물)을 수집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팜샵에는 농산물 납품 생산자의 자세한 프로필과 농장·수확물 사진을 게첨하면 소비자와의 신뢰가 높아질 것이다.
지역 어르신 또는 주민이 공동체를 구성해 상점을 운영하고, 농산물은 선금 구매를 통해 판매에 대한 책임감을 고취하며, 납품농가에 대해서는 안정적 소득보전에 기여한다.
또 최소한의 공산품을 팜샵에서 함께 판매, 농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소비자의 편리성을 높이고 원스톱 쇼핑 체계를 구축한다.
△농민장터
미국에는 4000여개, 영국은 800여개, 호주에는 100여개, 캐나다에는 온타리오주에만 140여개의 농민장터가 있다.
이들 국가의 농민장터는 자국의 소농들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에 의존해서는 불가능한 기본적인 생계유지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 이들 국가의 농민소득중 적게는 10%, 많게는 50%까지를 농민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농민장터는 ‘지역농산물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데 여기에는 지역 소농 외에는 진입이 불가능하므로, 그리고 유통마진을 농민과 소비자에게 돌릴 수 있다.
유럽지역의 농민장터는 농산물 유통은 물론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선사하는 관광명소 역할을 겸하고 있다. 대도시의 도심 재활성화 정책에서도 농민장터는 외지 관광객을 도심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우리의 경우 농협이 상설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농민과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형태가 아니고, 판매를 대행하는 것이므로 농민장터라고 볼 수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