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종편 개국 속에서도 안철수 교수의 강남 총선 출마설과 신당 창당에 대한 소설을 쓰던 신문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가 그 두 가지 설에 대해 일축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이런 저런 추측기사들이 아무 쓸모가 없어진 쓰레기가 돼 버렸다.
한·미 FTA 대한 판사들의 반대 발언은 신선했다. 급기야 대법원장이 나서 단속을 했지만, 그리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한 것 같다. 매서운 겨울 바람 속에서도 한·미 FTA반대 시위는 나라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권력의 총체적인 부실함이 드러나 곳곳에서 물이 세는 느낌이다.
지난 10월26일 서울 시장 선거 때 선관위 방해 디도스 공격 실체가 드러나면서 사람들은 경악하고 있다.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 비서가 단독으로 그런 큰 일을 저질렀다는 게 한나라당측의 주장이다. 안철수 현상으로 가뜩이나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 우왕 좌왕 하던 한나라당은 불난 자기 집에 스스로 부채질을 한 꼴이 되었다.
이 와중에 나꼼수 공연 운집 인파, 개그맨 최효종 고소 사건은 수선스럽기만 하고 우울한 우리들의 마음을 녹여주는 고소한 일이었다.
염려스러운 것은 이런 저런 나라의 일들이 사람들의 격을 높이고 사람다운 권위와 위엄을 갖추게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쫄게 하고 누추하게 한다는 것이다.
분단이 만들어 놓은 낡은 이념의 틀 속에 갇힌 이 지겨운 싸움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의 비겁하고 비열하고 치졸한 싸움을 그대로 보고 자란다. 모두들 양날이 선 칼들을 쥐고 아슬아슬하게 하루를 산다. 어쩐지 찝찝한 일들이 많은 지난 주였다.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에 대고 밥 먹으라고 아이를 부르는 어머니의 한가로운 목소리가 들리는 해질녘이 없는 땅이다. 그래도 우리는 하루하루 잘 살아냈다. 또 살자.
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