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3분 스피치를 선호하는 걸까. 일단 3분 정도면 필요한 말은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듣는 입장에서도 비록 재미 없고 딱딱한 말일지언정 3분이면 참을만 하다. 3분 안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논리정연하게 할 수 있고 듣는 사람을 이해시킬 수 있다면 꽤 유능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실은 장광설을 늘어놓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요즘 사람들은 교육수준이 높아 웬만한 건 다 안다. 또 먹고 살기도 힘들고 시간에 쫓겨 바쁘게 보내는 게 현대인이다. 남의 말을 오랫동안 한가하게 듣고 있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
더군다나 핵심에서 비켜간, 알맹이도 없는 말을 오랜시간 중언부언한다면 짜증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얼마나 고역인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화자(話者)의 인격마저 깎아내리는 일이 되기 십상인데도 당사자는 그런 걸 모른다. 이러한 연유로 등장한 것이 3분 스피치다.
그런데 이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스피치가 안되는 이유는 대략 세가지다. 첫째 긴장과 떨림이다. 사전 준비 없이 마이크를 잡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내용이 부족할 때다. 말 할 재료가 없으니 갈팡질팡할 수 밖에 없다. 셋째 할 말은 많은데 조리가 서지 않을 때다. 찬거리는 많은데 요리 솜씨가 서툰 것과 마찬가지다.
국내 최초로 스피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김양호 박사는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내용구성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음성표현 △시선 표정 제스처 등을 멋지게 하는 신체표현을 명 연설가의 세가지 조건으로 꼽고 있다.
듣고 말할 기회가 많은 계절이다. 각종 모임과 행사가 넘쳐난다. 정치시즌이라 출판기념회도 많고 축사도 많다. 게중에는 횡설수설 스피치도 많다. 기관장 중에도 알맹이 없는 장광설로 유명한 인사가 한둘이 아니다. 10분 동안 얘기한 뒤 ‘끝으로 …’하고 이어지는 게 또 10분이다. ‘짜증 지대로’다. 시간 오래 끄는 걸 말 잘하는 걸로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경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