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날씨 참 차갑다. 차가운 겨울 날씨 만큼이나 교육현장도 냉랭하게 얼어붙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계기로 교육현장에 학생인권과 교사의 교권이라는 두 가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조명되면서 교육 주체들 간에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다. 다음 세대들에게 미래 글로벌시대를 살아갈 역량과 소양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교육현장의 당위를 고려하면 교사의 교권은 학생의 학습권에 의해 일정 부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즉, 교육의 주체이며 수요자이기도 한 학생의 학습권은 어떤 논리에 의하든지 간에 교권에 우선한다.
요즈음 교육현장에서 일고 있는 갈등은 교권과 학생의 학습권 차원을 넘어서는 학생의 인권 존중이 부각되면서 교권확립과 갈등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교육 주체들간의 분쟁의 관점이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의 좀 더 성숙된 민주 시민의식 고양의 계기로 삼아 교육현장 최대의 딜레마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교사와 학생 사이의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상호 소통을 통해 교육의 장이 펼쳐질 때 교권과 학생의 학습권, 더 나아가 학생인권이 조화가 이루어 질 때 학교 현장의 교육력은 시너지를 창출하여 다음 세대의 역량강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20세기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헬렌 켈러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학생 헬러캘러에게는 교사 앤 설리번의 헌신이 있었다. 또 앤 설리번에게는 교사역을 맡아 해준 로라라는 간호사가 있었다. 앤 설리번은 헬런 켈러보다 더 한 장애를 극복하고 기적을 만들어 낸 사람이다.
앤 설리번은 고통의 어린시절을 보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8살 때 어머니가 죽고, 알콜중독자인 아버지에게 버림받았으며, 10살 때 하나뿐인 남동생과 함께 복지시설에 수용되었고, 여기서 남동생이 죽게 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눈병이 악화되어 실명하였고, 삶에 지친 그녀는 두 번 자살을 기도하게 된다. 정서불안 증세로 인해 정신병원에 수용되었을 때 그녀에게 사랑을 베푸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모두가 포기한 이 삶에 지친 어린 소녀에게 한 나이 많은 간호사가 매일 과자를 들고 찾아와 위로해 주며, 아무런 반응이 없는 그녀를 위해 6개월 동아 매일 같이 사랑을 쏟았다.
그때부터 그녀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며 웃음을 되찾게 되었고 그 후 앤 설리번은 맹아학교에 다닐 수 있었으며 한 신문사의 도움으로 개안(開眼) 수술을 받게 된다. 맹아학교에서 교사를 하고 있다가 헬렌 켈러의 가정교사가 된 것이다. 노 간호사였던 로라, 정신병에 실명자였던 앤 설리반,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헬렌 켈러, 그들 삼인의 관계에서 우리는 위대한 교육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
손끝 하나 잘못 대면 와락 깨지면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오늘 밤 겨울하늘에 별빛이 시리다. 이 차가운 동천 하늘 아래 교육자라는 또 다른 부모의 이름으로 세상을 사는 나는 참 진퇴양난이다.
인권! 하늘이 부여한 권리다. 교권! 교단에서 우선해야 할 가치다. 해답은 이 두 가치 사이의 조화와 균형은 교육 주체들간의 배려와 사랑인 것 같다.
사랑이라는 평범하지만 위대한 가치를 실천하는 교사와 교사의 입장을 배려하는 현명한 학생이 함께하는 교실의 모습이 오늘 교육현장 딜레마를 해제하는 열쇠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