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다시 시(詩)로 돌아왔다. 그가 동시집을 연달아 내자 주변에선 “성우가 다른 데로 가는구나”라고 걱정했다. “자신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쓴 시 뿐”인데 말이다. 시집‘자두나무 정류장’(창비)을 출간한 뒤 박성우 시인(41)은 또 한참 앓았다. “나를 온전히 내보인다는 게 매번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정읍 산내면 컨테이너 박스에 살 때 자연과 소통하면서 펼쳐보인 내면의 풍경화를 옮긴 시들이 많다. 하나같이 맑고, 쉽고, 깊다. 표제작 ‘자두나무 정류장’은 정읍의 버스정류장에 심어있던 자두나무에 관한 기억. 정감있고 애틋한 마음, 선한 마음을 일깨운다.
‘외딴 강마을 / 자두나무 정류장에 // 비가 와서 내린다 / 눈이 와서 내린다/ 달이 와서 내린다 / 별이 와서 내린다 // 나는 자주자주 / 자두나무 정류장에 간다 // (중략) 두근 두근 바짝 왔는데 / 암도 없으면 서운하니까 // 비가 오면 비마중 / 눈이 오면 눈마중 / 달이 오면 달마중 / 별이 오면 별마중 간다’ (‘자두나무 정류장’)
시인의 차린 밥상에 오른 것들은 봄비처럼 통통한 자연에 관한 호기심, 세월의 손때를 입은 농촌공동체 주름 등등이다. 가기만 하면 도망칠 궁리만 했던 서울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생명이나 몸으로 옮겨진 관심은 시‘배꼽’이나 ‘목젖’으로 풀어지기도 했다. 마지막 시를 ‘종점’에 놓은 것도 이 시집을 기점으로 시 세계가 변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 세상을 따뜻하게 문병하는, 잔잔한 숨결의 서정시를 기다려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