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들의 허술한 시술이 또 도마에 올랐다. 가장 기본적인 마취제 투여 방법을 지키지 않아 환자가 사망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것도 대학병원에서 발생했다. 전주 송천동의 한 개인병원에서는 무자격자에게 채혈을 시켰다가 적발됐다.
의료사고는 불가항력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의료인들이 지켜야 할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시술상의 과실에 의해 발생한다. 그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다면 이처럼 억울한 일도 없다.
그제 경찰에 입건된 사례가 단적인 예다. 지난해 11월 뇌수막염이 의심돼 전북대병원으로 이송된 한 초등학생(11)이 전신마취제인 케타민을 투여받은 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뇌압상승에 의한 소뇌 탈출로 밝혀졌는데, 마취제를 잘못 투여한 것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향정신성의약품인 케타민을 잘못 투여하면 청색증과 호흡곤란 등의 부작용이 있어 체중 1kg당 1~2mg씩 계산, 최소 1분 이상 천천히 투여해야 하는데도 수련의들이 환자의 링거 줄을 꺾고 투약한 뒤 바로 줄을 푼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사용법을 지키지 않은 엉터리 마취로 환자를 숨지게 한 경우다. 의료과실이다. 수련의 두명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지만 이미 사망한 환자는 어찌할 것인가.
더 가관은 대한의사협회의 제식구 감싸기 태도다. 수사과정에서 경찰의 의뢰를 받은 협회는 정당한 의료행위라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경찰이 1년여 동안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면 묻히고 말았을 지도 모른다. 전주 덕진경찰서의 개가다.
의료소비자들은 전문성이 없고 진료정보를 가까이 할 수 없어 항상 약자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입증책임까지 져야 한다. 따라서 의료소비자들이 똑똑해질 필요가 있다. 폭력은 상황을 불리하게 만들뿐 도움되지 않는다. 해당 의무기록과 증거확보, 사고경위서 작성 등 치밀하게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국소비자원과 의료사고가족협의회(www.lawmafa.com) 등이 의료소비자 보호와 피해구제, 권리회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의료사고는 지난 2006년부터 3년간 국·공립병원에서 일어난 의료사고만 185건에 이를 만큼 빈번하다. 중소 병·의원까지 파악한다면 부지기 수일 것이다. 병·의원과 의료인들이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고 상업성에 치우치지 않는다면 환자 피해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