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세계유산 등재

지리산은 남한의 지붕이요, 국가의 정원(garden)이라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하늘을 향해 벌린 키며 옆으로 뻗은 품이 단연 크고 웅대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수려한 경관과 구구한 내력 또한 얼마인가.

 

지리산은 남한 내륙의 최고봉인 1916.77m의 천왕봉을 주봉으로 동서 100여 리에 이르는 거대한 산악군이다. 깊은 협곡물은 낙동강 지류인 남강과 섬진강의 몸을 불리고 1200여 종의 동식물을 키워내고 있다. 또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쌍계사 등 유서깊은 사찰과 국보·보물 등의 문화재를 품고 있다.

 

옛부터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해서 지리산(智異山)으로 불렸고 ‘멀리 백두대간이 흘러왔다’하여 두류산(頭流山)이라고도 했다. 중국 전설속 삼신산의 하나인 방장산(方丈山)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같은 명성으로 1967년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된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명성이 세계에도 통할까? 세계적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 tanding Universal Value)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지리산은 지금 그러한 시험을 준비 중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가 1972년 제정한 세계유산협약에 따르면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 등 3개 유형으로 분류된다. 2011년 7월 기준으로 148개 국 890점(문화유산 686점, 자연유산 176점, 복합유산 25점)이 등재돼 있다. 이 중 한국은 문화유산으로 석굴암과 불국사, 종묘, 해인사 장경판 등 9점과 자연유산으로 제주 화산섬및 용암동굴 1점 등 10점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까지 복합유산은 1점도 등재시키지 못했다. 이번에야 지리산이 도전에 나선 것이다.

 

복합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선정기준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대개 규모도 클뿐 아니라 까다롭고 많은 학술자료가 필요하다. 문화재청은 올 들어 ‘지리산 세계유산 등재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또 10월에는 남원시 등 전북 전남 경남의 7개 시군과 순천대 경상대 등이 지리산 세계유산의 범위와 대상을 결정하는 학술대회를 가졌다.

 

지리산은 역사 문화 경관 등의 보고다. 일부 ‘세계유산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복합유산 지정으로 세계에도 통하는 자랑스런 유산임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조상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