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허파' 완산칠봉 지켜주오

도내 첫 습지보호 시민 신탁운동 '위기'… 市에 무상 기부채납 결정

▲  완산칠봉을 사랑하는 우리들의 모임 김정철 회장(왼쪽)이 회원들과 함께 완산칠봉 습지를 둘러보며 이곳에 서식하는 각종 동식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봉주기자 bjahn@

"내 늙어 꿈이 있다면 완산칠봉 습지를 바라보며 사는 것인데 이제는 손을 놓을까 합니다."

 

'전주의 허파'로 불리는 완산칠봉의 습지를 지키고 보전하기 위해 순수 시민들이 나서 활동한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자연신탁국민운동)이 10년 만에 막을 내릴 위기에 처해졌다.

 

완산칠봉을 사랑하는 우리들의 모임(이하 완사모)은 지난 2002년 9월 등산객들의 무분별한 출입으로 완산칠봉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민 자발적으로 모금운동을 벌여 완산칠봉 일대 토지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380여명의 회원들이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성금 모금을 시작한 완사모는 3년만인 2005년 12월 성금 1000만원을 모아 완산칠봉 정혜사 인근 습지 1540㎡(470평)의 매입을 완료했다.

 

완사모의 순수함은 부지 소유자인 '전주최씨 대호군파 최귀공종중'의 심금을 울렸고 매입비용도 당초 2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깎아줬다.

 

특히 시민들의 순수함은 사회전체를 움직였고 중앙정부 산림청 산하 녹색재단은 완사모에 습지 조성금 1억원을 지원, 생태계 복원과 비오톱 조성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현재 완산칠봉 습지에는 반딧불과 맹꽁이, 개구리, 도롱뇽 등과 원앙, 백로, 두루미 등 천연기념물들이 서식하는 등 완벽할 정도의 생태계가 복원됐다.

 

습지 복원까지는 자연을 지켜내기 위한 순수한 시민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고 이를 반증하듯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은 무등산이나 태백산 등을 대상으로 펼쳐진 사례가 있지만 도내에서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완사모의 회원들은 점차 줄어가기 시작했고 이미 완벽하게 습지로 조성된 이곳의 관리조차 힘들어 지게 됐다.

 

더욱이 최근에는 회원수가 10여명 안팎으로 줄었고 전주시가 지원하는 관리비용 월 15만원으로는 더 이상 습지를 관리하기는 벅찼던 것.

 

전북도나 전주시가 나서 환경을 보전하고 보호해야 할 일을 10여년 동안 시민들을 주축으로 했던 완사모가 대신했던 셈이다.

 

완사모는 더 이상 완산칠봉에 대한 생태보전이 힘들다고 판단, 시민들 스스로 기금을 모아 매입한 습지를 전주시에 무상으로 기부채납 해 시민들의 생태학습 보전 공간을 지켜내기로 결정했다.

 

완사모 김정철(67) 회장은 "전국 유일무이한 도심 습지 조성을 위한 신탁운동 맥이 끊겨 개인적으로 눈물이 난다"며 "완산칠봉은 '부잣집 외아들' 같이 중요하지만 연약한 존재로 전주시가 체계적인 예산을 세워 전국 제1의 도심 습지를 지켜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곳은 등산객들이 수시로 올라 다니며 쓰레기 등을 버리는 곳으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곳"이라면서 "내 마지막 꿈이 있다면 연중 365일 완산칠봉에 오르며 최초 시민들의 신탁운동이 벌어진 현장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