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조작, 솜방망이로 끝낼 일 아니다

대학 입시의 핵심 전형자료인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조작한 학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대입 제도의 근간인 신뢰성과 공정성, 객관성 자체를 뒤흔드는 충격적인 일이다. 가장 정직해야 할 학교의 학생에 대한 평가 및 기록이 멋대로 고쳐지는 현실에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

 

전북도교육청이 '2010학년도 학생부 관리실태'에 대한 부분 감사를 벌인 결과, 440건이 부당하게 고쳐지거나 삭제·삽입된 사실이 드러났다. 사전 전수조사에서 특이사항이 확인된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고 하지만 도내 중·고교를 전면 감사할 경우, 나올 결과를 생각하면 아찔하기조차 하다.

 

이번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은 진로지도상황 정정이 259건으로 가장 많고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정정 56건, 독서활동상황 54건 순으로 분석되고 있다. 진로지도상황이 많은 것은 3학년 재학 때 진로희망 변경을 이유로 이미 작성된 1,2학년 학생부를 사실상 꿰맞춘 것이다. 특히 사립학교에서 부당 정정한 사례가 많이 드러나 교육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교육당국은 사교육에 밀려 피폐해진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대입전형도 기존의 성적순 '선발' 대신 잠재력과 창의력을 지닌 인재의 '발굴'로 개선하기 위해 학생부 기능과 역할을 강조해 왔다. 현행 교육과학부 훈령 '학생 학교 생활기록 및 관리지침'은 이에 따라 매 학년이 종료된 이후에는 당해 학년도 이전의 학생부 입력 자료에 대한 정정은 원칙적으로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학교장 지시에 의해 부정적인 표현을 삭제하거나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꾸는 등 도덕 불감증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감사에서 부당 정정 교사와 지도·감독을 소홀히 한 교장 등 신분상 처분 요구 대상자 총217명은 대부분 주의(166명)와 경고(41명)에 그치고 징계는 10명에 머물러 납득할 수 없다. 학생부 조작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부정행위이기 때문이다.

 

비교과 영역인 학생부는 대입에서 수능성적만큼 중요한 전형요소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는 결정적인 변수다. 그래서 학생부 조작은 왕년의 '내신 부풀리기' 보다 훨씬 비교육적이다. 학생 관찰기록과 교사평가까지 손을 댔다는 점이다. 학생부 조작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교장·교감·교사는 중징계해야 한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면 조작방지는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