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문화재·학술 - 역사·학술대회 활발유물·유적발굴 주춤

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등재 우선 추진 선정…문인학자 재조명 활발…발굴 유물유적 보존 대책 과제

▲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굴된 사리장엄.
전북의 문화예술을 살찌우기 위한 논의들이 올 한 해도 각 분야별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노력과, 전주학 정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들이 연중 활동으로 이어졌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관장 정준기)·부안청자전시관·전북대 박물관(관장 김승옥) 신축 개관 등 전북의 역사와 문화를 담는 시설들이 속속 들어서 지역 문화의 기초를 튼실하게 다졌다. 그러나 아·태무형문화유산전당 건립에 필요한 예산이 대폭 삭감돼 2012년 완공이 불투명해졌고, 발굴된 유물 유적에 대한 보존 문제가 제대로 수립되지 않는 등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 익산 백제역사유적 재조명

 

연초 익산·부여·공주역사유적지구를 통합한'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우선 추진 문화유산으로 선정돼 본 등재의 물꼬를 텄다. 이를 계기로 익산을 중심으로 한 백제문화와 역사에 대한 학술대회가 잇따라 열렸으며, 지역의 숙원인 미륵사지 유물전시관의 국립박물관 승격에도 밝은 빛을 안겼다.

 

또 익산·공주시, 부여군은 유적지구의 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12월 중 정부 대전청사 문화재청 인근에 통합사무국(공동추진단)을 마련하고 내년 1월께 재단법인을 발족키로 해 등재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2년 이상 표류하던 익산 국립박물관 승격 문제도 새 전기를 맞았다. 지난 8월 정병국 문화관광부 장관이 국회에서 익산 미륵사지 유물전시관의 국립박물관 승격을 문화부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국보 11호인 익산 미륵사지 석탑(서탑)이 6층 부분 복원 방안으로 가닥이 잡혔다. 또 해체된 미륵사지 석탑의 복원계획안이 나왔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국제포럼에서 과거의 역사적 흔적과 예술적 작품성을 보존하기 위해 보수정비의 범위를 해체 전 남아있던 6층까지만 하기로 했다.

 

 

△전주학 정립·동학농민혁명사업 활발

 

전주의 역사와 문화를 토대로 전주의 정신과 정체성을 정립하고, 발전방향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 주도로 두 차례에 걸친 전주학 학술대회가 열렸으며, 여기서 전주지역의 문학·역사·철학·음식·의복·판소리 등에 대해 연구물을 축적시켰다. 개관 1주년을 맞은 전주어진박물관은 조경묘 창건 240주년을 맞아 '조선왕실의 뿌리, 조경묘와 조경단' 등과 같은 기획전을 통해 조선 왕조의 본향인 전주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널리 알렸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곽동석)은 석지 채용신의 서거 7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과, 전북의 역사문물전에 올 '임실전'을 이어가며 지역학 연구에 힘을 보탰다.

 

'미완'의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재조명과 혁명의 정신을 선양하는 작업이 올해도 계속됐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고창과 김제지역 유적지 활용방안에 대한 학술대회를 잇따라 개최했으며, 서울에서 '동학농민혁명 초기 전개과정과 기념사업'전국 학술대회를 열었다. 또 정읍시 동학농민혁명정신선양위원회는 동학농민혁명대상을 제정해 첫 수상자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선정했다.

 

기념재단과 한국근대사학회 주최로 서울에서'역사교과서의 동학농민혁명 서술,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의 심포지엄을 열어 잘못 기술된 역사교과서를 바로잡을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기념일 제정 등은 지역과 학자간 입장이 좁혀지지 않은 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문화재 다시보기

 

지난 11월 보물 제663호인 완주군 경천면 화암사 극락전이 국보 제 316호로 승격됐다. 화암사 극락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에 맞배지붕 형태며 국내에서 유일한 하앙식(下昻式) 구조로 건축물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또 군산 동국사의 소조석가여래삼존상과 그 복장 유물 등이 보물 1718호로 지정됐다. 동국사 불상은 정확한 조성시기(1650년), 분명한 조성 주체, 불상조성에 소요된 시주 물목(物目)과 수많은 시주자 등이 조성 발원문에 낱낱이 기록으로 남아 복장 의식이나 사원 경제사, 그리고 조선후기 불상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았다.

 

유물·유적 발굴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다만 기원전 3~2세기 초기 철기시대를 대표하는 청동기 유물인 간두령(竿頭鈴)이 전북 혁신도시 개발사업부지인 완주 신풍유적 2차 발굴 조사를 통해 발굴돼 주목을 받았다. 제사장이 의식에 사용한 방울로 추정되는 간두령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보고된 예가 10여 곳 안팎인 데다 1987년 함평 초포리 이후 처음으로 출토된 유물이다.

 

또 임실군 신평면 가덕리 하가유적지에 대한 5차례의 학술발굴 조사가 마무리됐다. 2006년부터 이루어진 이지역 유적지에서는 약 2만년 전 무렵 섬진강 상류지역에서 살았던 구석기인들의 생활상을 복원할 수 있는 다양한 유물 2만 4000여점이 발굴됐다. 조사기관인 조선대 박물관은 하가유적의 입지와 지세가 뛰어나고 옛지형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다며, 섬진강 유역의 독특한 구석기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게 유적지의 현상변경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존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역 특화 박물관 잇따라 개관

 

군산지역민들의 숙원이었던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 착공 4년만에 완공돼 지난 9월 문을 열었다. 근대문화 특화 박물관으로 지난 2007년부터 총182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개관한 이 박물관은 개관 50일만에 5만 명이 찾을 만큼 지역 역사문화의 산교육장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에 앞서 부안군 보안면 유천리에 국내 청자전시관으로는 최대규모로 부안청자전시관이 4월 개관했다. 도요지 복원·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부안청자전시관 건립사업은 총 공사비 255억원이 투입돼 6만9452㎡부지(구 유천초등학교)에 지상 3층, 연면적 5610㎡규모의 청자전시관과 가마 보호각 등을 갖췄다. 총 150억원이 투입된 전북대 박물관의 신축 개관과 전주 경기전 내 어진박물관의 1종 전문박물관 등록도 지역박물관의 수준을 높이는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국가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아태무형문화유산전당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사실무근으로 판명되기는 했지만, 아태무형문화센터의 인천 송도 이전설이 나와 전북도와 전주시가 그 진위 파악에 애를 태웠으며, 전당 설립에 필요한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아쉬움을 주었다. 6월 전주한옥마을 일대에서 열린 '제2회 전주 아태평양 무형문화유산축제'의 활성화도 과제로 남았다.

 

 

△전북 인물 재조명 학술대회

 

이지역 출신 인물들을 재조명하는 작업들이 활발했다. 가람 이병기 선생(1891~1968)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는 전국 학술대회(9월 원광대), 근대기 초상화로 명성을 날린 석지 채용신(1850~1941)의 서거 70주년을 맞아 열린'어진화가 채용신 학술대회'(6월 원광대)가 대표적이다.

 

또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전북의 유학을 대표하는 지포 김구(1211~1278)와 간재 전우1841~1922) 선생의 학문세계와 전북 유학에 미친 영향을 조명하는 학술대회(이달 17일 전주대와 전북대) 역시 지역의 문화를 더 깊게 하는 장으로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