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가중치

강철규 우석대 총장

▲ 강철규 우석대 총장

수도권과 지역간의 격차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소득격차는 물론이고 인구도 수도권으로 집중되어 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수도권으로부터 먼 지역은 점차 살기어려운 이등마을, 삼등마을 혹은 이등국민, 삼등국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이 되어가는 이유는 수도권에 일자리가 집중되고 교육과 보건의료 및 편의시설이 집중됨에따라 너도 나도 기회만되면 수도권으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그중에도 눈에 띠는 것은 자녀교육기회가 더 좋은 곳으로 사람들이 이동한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강남의 아파트가격이 천정부지로 높이 올라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이 버스 철도 항공 개인승용차 등 빠른 교통수단이 발달되면서 전국이 반일생활권 혹은 1일 생활권으로 바뀌자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조차 교육, 보건의료, 문화 및 소비생활을 지역이 아닌 수도권에서 누리려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소득은 더욱더 수도권으로 집중되어 간다.

 

이러한 지역격차 현상은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지역의 명문대학들조차도 학생모집, 취업률, 재학생 충원률 등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구가 적어 입학자원이 점점 고갈되어 가고 있으며 상당한 상위권 학생들은 서울과 경기지역의 대학을 선호하고 있고 지역대학에 입학한 학생들도 가능하면 수도권으로 편입학하여 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지원 예산을 관장하고 있는 교육부는 대학발전을 위해 전국의 대학들이 경쟁 하여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우수한 대학으로 변신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기초역량강화사업이나 산학협력선도대학 선정사업 등 대학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포뮬러 펀딩(formular funding)방식으로 순위를 정하여 지원하고 있다. 예를들면 취업률, 재학생 충원률, 장학금 지급, 등록금 인상률, 교비환원률, 학생 몇명당 교수 수 등과 같은 지표들을 개발하여 전국 대학의 순위를 정한다. 이를 통해 지표상으로 상위 우수대학을 선정하여 정해진 지원금을 지급한다. 이들 지표 중에서 비중이 큰 부분이 바로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률인데 이 지표들은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매우 불리한 것 들이다. 특히 해당지역에 공장수가 적은 곳, 인구가 적은 지역 등은 아주 불리하다. 올해 대출지원금을 제한하는 부실대학을 선정하여 발표하였는데 강원도, 충청북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등의 대학들이 주로 포함되었다. 당연히 지역적 불리성의 영향이 컸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선정지표를 대학별로 비교할 때 "지역가중치"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이는 수도권 지역대학에 1점의 가중치를 주되 공장수나 인구수가 특히 적고 그리고 서울에서 거리가 먼 지역에 대해서는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가령 1.5점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1.5라는 숫자는 가상의 상징적 숫자로서 기준에따라 1.3이 될수도 있고 1.7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이같은 지역가중치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전국 대학을 무조건 서열화하는 대신 지역특수성을 감안하여 이를 점수에 반영하는 것이 지역균형발전 철학에 맞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오지근무자에게 수당을 더 지급하는 것이나 선진국의 개발도상국 지원과도 같은 것이다.

 

지역가중치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의 실현에도 부합한다.

 

필자는 사회의 진보 혹은 역사의 발전을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의 실현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졸저, 소셜테크노믹스, 2010) 생명존중, 개개인의 자유확대, 그리고 신뢰구축 등이 이러한 보편적 가치이다. 소득격차가 있는 지방 자녀들의 인권과 생명을 존중하고 그들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하여 격차 때문에 발생하는 불이익을 보완해주는 것이 바로 지역가중치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수도권과 지역간의 신뢰를 높여주는 역할도 한다. 이는 국민간의 신뢰를 높여 우리 사회가 민족공동체로서 공존공영을 추구하는 기초가 된다.

 

서열매기기, 줄세우기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유일무이한 기준은 아니다. 지역간 격차 때문에 발생한 불이익을 보상하는 것이 사회발전을 위해서, 생명과 자유를 존중하고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더 합리적일 수 있다. 특히 교육에 있어서 전국의 학생을 서열매기기 하는 것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어리석은 일인지 우리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수능이라고하는 아주 좁은 잣대로 자라나는 아이들의 인간 순위를 정해버리는 우를 대학평가에서도 그대로 답습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역균형발전 철학은 경제발전, 교육, 문화, 보건의료 등 많은 분야에 적용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