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졸속심의 예산

▲ 엄철호 익산본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익산시 2012년도 살림 예산이 7,827억원으로 지난 23일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이번 예산 심의·편성와 관련해 시의회는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한번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시민을 섬기고 미래를 지향하지 않는 권력은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고 으스대는 정치인은 결코 시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익산 지역사회에서는 시의회가 희한한 논리를 앞세워 이미 확보된 국·도비 지원금까지 삭감하는 등 무차별적인 칼질을 휘둘렀다며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시장을 겨냥한 발목잡기, 시의원 재량사업비 미편성에 대한 보복성, 집행부 길들이기 등 묻지마식 졸속 예산 심의를 빈축·비난하는 갖가지 수식어들이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총동원되고 있을 정도다.

 

더구나 시의회가 이같은 질타를 의식한 탓인지 그 모든 책임과 원인을 집행부에 떠넘기는 등 적반하장식의 무책임한 정치인 행태 답습을 고집하고 나서면서 양 측간의 극한 감정적 대립은 말 그대로 점입가경이다.

 

시의회는 "예산 편성권이 집행부 고유 권한이듯 심의·의결권은 시의회의 고유권한인데 이를 두고 미주알고주알하는것은 대의회·대시민 협박을 하는것이다"며 집행부를 향해 적극 맞받아 치고 있다.

 

맞는 말이다. 견제와 감시는 의회의 고유 권한이고 시민들이 위임해준 신성한 책무로 예산 심의·의결권은 분명 그들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어봐야할 대목이 있다. 이번 예산 심의과정과 그 결과를 지켜보면서 그들에게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예산심의를 제대로 펼쳤는지 먼저 묻는다. 그들이 '심사숙고'의 결과라는 평을 내놓은 이번 심의는 그러나 마치 시민의 세금을 가지고 무소불위의 권력남용에 악용한 모양새를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을 좀처럼 떨쳐버릴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그들의 일부는 예산을 심의하는 현장에서 민원인에게 전화를 직접 걸어 관련 예산을 살려줄까 말까하는 등 타협에 나섰다가 이를 지적하는 동료 의원과 험한 막말이 오가는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한 후 슬그머니 예산을 통과시켰는가 하면, 자신의 선거구 사업비 유치를 위해 엿바꿔먹기(?)식으로 서로 주고받는 '빅딜'도 마다하지 않했다.

 

또한 시장의 시책업무추진비 대폭 칼질에 이어 부시장의 업무추진비 전액을 삭감한것도 한번 되짚어봐야 할 지적 사항이다. 유례없는 예산 칼질이 과연 객관적인 분석 등을 통해 최종 판단된것인지를 재차 묻는것인데 '한번 맛 좀 보라'는 식으로 융단폭격을 가한것처럼 비춰졌기에 던지는 질문이다.

 

물론 일부 자치단체가 업무추진비를 쌈짓돈 쓰듯이 선심성 재원으로 마구 사용하고 있어 보다 투명한 예산 편성을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심의 및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업무추진비 난도질은 해도 너무한것 같다.

 

사실 시책추진비란 자치단체장의 정당한 공무 활동비로 기업유치, 국비확보 등 지역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유익하게 사용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2억5000여만원이나 삭감한채 겨우 3000만원만 세워준것은 차라리 일을 하지 말고 앉아서 놀아라는 논리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시의회가 스스로의 비난을 자초했다고 어찌 말하지 않을수가 있겠는가. 졸속 예산 심의는 결국 시민만 멍든다.

 

시민의 호주머니에서 그 예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그 어떤 이유에서든 시정 살림살이의 근본을 흔들어 비난을 스스로 자초하는 졸속 예산 심의를 절대 벌여서는 안될 것이다.

 

아울러 예산안의 타당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성실한 태도와 함께 자존심을 앞세운 감정적 대립에 앞서 진솔한 대화를 기반으로 정략을 배제한채 타협점 찾기에 적극 노력해 주길 더불어 집행부에게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