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시오 임진년!...'흑룡의 기운' 품고 힘차게 솟아라!

도내 해넘이·해 맞이 명소

▲ 무주 덕유산 향적봉에서 바라본 일출. 사진 제공= 무주군
서해안의 한 바닷가. 차가운 바람이 뺨에 부딪친다. 밀려오는 파도도 바위에 부딪혀 산산이 흩어진다.

 

이 시각 태양이 가라앉는 그곳에선 시간도 멈춘다. 정적과 침묵만이 존재할 뿐 이다.

 

세상을 태울 듯이 이글거리던 붉은 태양은 소리 없이 바다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어느새 어둠이 가고 동이 틀 무렵 새벽이 다가오면 바다 속에서 꿈틀거리는 한 줄기 빛이 용솟음친다.

 

그 빛은 곧 벌건 원형이 돼 하늘로 솟아오른다. 아! 드디어 2012년 새해의 시작이다.

 

한 해 추억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보내는 2011년과 새로운 벅찬 설렘으로 맞이하는

 

2012년 시작을 앞두고 도내 일출과 일몰의 3선을 둘러봤다.

 

△운암 옥정호 붕어섬

 

도내에서 가장 깊은 곳을 찾으라면 바다를 제외한 임실 운암 옥정호를 들 수 있다.

 

임실은 도내 14개 시군의 가장 깊은 내륙에 해당하며 임실은 섬진강이 굽이치는 곳이고, 또한 그 물길을 잡아둔 다목적댐이 들어선 곳이다. 이 댐 공사에 의해 이 지역의 물은 물론 사람들도 수몰된 고향을 떠던 이주민들의 애환과 설움이 묻어 나오는 곳이다.

 

이곳에는 속칭 붕어섬이라고 불리는 내륙의 섬이 존재한다. 어느 곳에서 보든 이 섬은 그야말로 살아 있는 지도라고 불릴 정도다. 짙은 안개를 가르고 솟아오르는 태양과 함께 맨살을 드러내는 붕어섬은 명실공이 물안개 자욱한 일출의 명소로 꼽히고 있다.

 

총저수량 4억3000만 톤, 유역 면적 768㎢의 옥정호에 떠 있는 붕어섬은 운명의 섭리나 고독과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깊은 호수에 빠진 붕어섬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곧 탄성으로 변하고 기억 한편에 평생 자리할 명소로 각인된다.

 

 

△덕유산(1614m)

 

멀리 내다보이는 산 능선과 맞닿은 지평선에서 붉은 기운이 감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든 세상을 스멀스멀 깨우는 빛. 마침내 능선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새 생명을 잉태하는 듯 한 경이로움. 덕유산 향적봉에 새 아침이 밝아온다.

 

이곳에선 사람이 자연을 찾는 게 아니라 자연이 사람을 부른다. 신비하고 오묘한 기운으로 예부터 사람들을 제 품에 끌어 모아온 겨울 덕유산의 일출은 평생 잊히지 않을 명장면이다.

 

무주 덕유산에서 맞는 일출은 단순히 해가 떠오르는 걸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첩첩이 이어지는 장엄한 능선을 휘감고 도는 연무 위로 붉게 물든 세상이 펼쳐진다.

 

고산목에 상고대(해발 1000m 이상 고지에서 영하 6도 이하, 습도 90% 이상일 때만 피는 서리꽃)가 만개하는 겨울철에는 흰 서리꽃마다 반사되는 태양빛으로 고사목은 온통 불그스레 반짝인다.

 

 

△호남의 소금강 대둔산(878.9m)

 

대둔산에서 보는 일출은 특별하다. 높다란 바위봉우리들이 도열한 산자락에 비치는 아침해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대둔산을 적극 추천한다. 대둔산은 전북 완주와 충남 논산, 금산의 경계를 이루며 솟아있다. 이 가운데 주능선 남쪽인 완주 방면에 형성된 기암지대의 경관이 빼어나다.

 

정상인 마천대를 비롯해 임금바위, 입석대, 마왕문, 신선바위, 돼지바위, 장군봉, 동심바위, 형제봉, 금강문, 칠성대, 낙조대 등 수많은 기암들이 산재해 있다. 대둔산은 경관이 뛰어난 완주군 방면에서 산을 오르내리는 코스가 가장 인기가 있다. 대둔산은 산중턱까지 케이블카가 설치됐고 구름다리도 걸려 있다. 덕분에 접근이 쉬워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감상하러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