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부 일(소설) "취업실패한 불안한 청춘, 위로하고파"
오 귀 옥(수필) "삭막해진 세상에 따뜻한 情 담고 싶어"
김 근 혜(아동문학) "권위에 반기 든 생활동화·판타지 욕심"
"해보기나 해봤어?" 고인이 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생전에 자주 했다는 말이다. 이영종(50·호남제일고 교사·시) 문부일(28·소설) 오귀옥(43·수필) 김근혜(36·아동문학)씨도 '다 해봤다.' 책도 쌓아두고 읽어봤고, 작가를 통해 위로도 받아봤으며, 문장으로 구원을 받기도 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까지 거친 습작기. 늦은 당선 소식에 "올해도 비켜나는구나" 했던 이들에게 작가 인생의 징검다리가 놓여졌다.
"술과 문학은 한 몸"이라는 걸 보여주는 이영종 시인은 뒤늦은 당선 소식에 "상금을 술값에 다 쓸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영화평론하는 신귀백 형과는 술친구하며 시를 안주삼아 보냈다"가 지난해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시를 썼다. "'1호 애독자' 아내에게 가장 고맙다"는 그는 제자들의 쉴새없는 축하 문자메시지로도 기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말요? 진짜요?" 당선 소식이 전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재차 확인한 문부일씨는 "기대하지 않고 보낸 편지에 뜻밖의 답장을 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문화일보 등단(동화·2008)과 대산대학문학상 수상(2008) 등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쓰고 싶어하던 소설에는 영 자신감이 없었다. '어느 시대의 연애' 역시 소설가 형에 의해 "아주, 아주 별로"라는 평가를 받아 대폭 수술한 끝에 시험 삼아 내놓은 작품. "취업으로 좌절하는 이 시대 불안한 청춘들을 위로하고 싶었다"는 그는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내로라하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오귀옥씨는 "인생이 이게 전부는 아니다 싶어" 평생교육원 수필반을 등록했다. 그로부터 10년. 다른 지역 신춘문예에 출품했다가 2번 미끄러진 끝에 올해 '수필가'라는 칭호를 받게 됐다. "수필은 인간학"이라고 정의하는 그의 주된 테마는 '정(情)'. 쓰면 쓸수록 어려운 게 수필이라지만, "삭막해진 세상에 따뜻한 '정'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독서지도사로 활동하며 2년 전부터 동화를 쓰기 시작한 김근혜씨는 난생 처음 투고한 작품으로 덜컥 당선 돼 "이틀간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으로 지냈다". 당선작'선물'은 신문 귀퉁이 기사에서 부모가 집을 나가 할머니와 사는 한 아이의 가슴 시린 이야기를 읽고 쓴 작품. 등단 소식이 가장 뜻깊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다. 그는 동화가 지나치게 교훈적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반영해 선생님의 권위에 반기를 드는 생활동화 혹은 판타지동화를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