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진경찰서 '전주지검 내사지휘' 거부…전국적 확산

검-경 수사권 갈등 정면충돌

검찰이 경찰로 내려 보낸 진정 사건 조사를 경찰이 거부하는 사태가 잇따르는 등 수사권 조정안을 둘러싼 검·경의 갈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사안이 중대한 진정인의 민원을 놓고 검·경이 서로 내사를 미루는 등 진정사건 처리 지연에 따른 추가 범죄 피해도 우려된다.

 

전주 덕진경찰서는 지난 2일 전주지검이 수사를 개시하기 전 경찰에 내사를 지휘한 사건에 대해 접수를 거부하는 '퇴짜'를 놓았다.

 

현재 대구 수성서를 시작으로 대구 성서서, 인천 중부서와 부평서 등 모두 6곳에서 검찰의 내사 지휘를 거부하는 등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전주지검에 접수된 진정 내용은 30대 주부가 검찰청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 보이스피싱 관련된 진정 사건이다. 이 주부는 인터넷 대출을 위해 업체에 통장 사본을 보냈는데 이 통장이 엉뚱한 곳에 쓰이면서 각종 은행 통장에 대한 거래가 정지되자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것 같다며 범인 검거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올린 것. 이에 검찰은 전주 덕진경찰서에 내사를 지휘했지만 경찰에서 이를 거부했다.

 

고소나 고발 사건은 수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검찰에 접수되더라도 경찰이 지휘를 받아 조사할 수 있지만, 진정이나 탄원이 검찰에 접수되면 자신들이 직접 수사를 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취지라는 게 경찰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그동안 형사소송법 개정과 대통령령을 놓고 검·경이 대립하던 양상이 이제는 사건을 놓고 현장에서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현재 '수사실무지침'을 마련해 법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를 거부하라고 일선서에 하달한 상황이다.

 

반면 검찰은 난감해 하면서도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소지를 막기 위해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진정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통장이 전화금융사기 범죄에 대포통장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범인을 찾아달라는 진정에 대한 조사가 늦어지면서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 각각 기관에 진정이 접수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도 자체 수사관들이 진정을 처리하면 되는데 사안이 중하지 않은 사건은 경찰로 내려 보내고 있다"면서 "실제 경찰 한 명이 연간 처리하는 진정은 13건인데 반해 검찰 수사관이 처리하는 진정은 1.5건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내사도 수사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에 검찰의 지휘를 따르는 게 맞다"며 "고의로 규정을 편협하게 해석하는 것은 올바른 공무원의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