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김선주의 칼럼집'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한겨레출판)중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책은 냉철하게 분석하고 따져서 반성을 촉구하는 여느 칼럼집과는 분명 색깔이 다르다. 그 지점이 이 책을 머리맡에 두고 몇 번씩 읽게 만드는 힘일 것이다. 하지만 제목만 보고서 '연애 에세이'라고 섣불리 판단해 읽지 않은 사람이 더러 있었다. 좋은 책과의 인연을 거부한 그에게 나는 감히 '자신의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수능 350점 이하만 읽을 것' 이라는 글은 청소년, 중년층 모두에게 큰 문제의식을 던져준다. 먼저 그녀는 소수에게만 기회가 집중돼 신분 상승이 원천 봉쇄된 폐쇄적인 사회구조를 진단했다. 그 냉혹한 기준에서 낙오돼 어깨가 축 늘어진 대다수의 학생들과 한 숨을 쉬며 지켜보는 학부모들에게 새로운 시선으로 희망을 전한다.
그녀의 말이 심드렁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가 있다. 그녀 또한 주목 받지 못하는 대다수 학생들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들에게 원예학이나 조경학을 권하며 새로운 길로 나아가보라고 조언했다. 의대, 법대, 경상대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는 부모들 사이에게 그녀는 독보적인, '내 친구의 엄마'다. 터무니없는 값싼 희망은 삼가고, 현실성 있는 대안과 충고에 읽는 동안 마음 한 끝이 떨렸다.
'우리는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 서먹서먹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상대에게 주춤주춤 다가간다. 그 아름다웠던 순간들, 인생에서 많지 않았던 그 뜨거운 사랑의 순간들을 잿빛으로 만들지 않으면서 우리는 이별을 맞아야 하고 고통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모든 사랑했던 순간들에 대한 예의고 또한 이별의 예의다.'
그녀는 어느 신문사에서 주최한 손바닥문학상 심사를 한 적이 있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응모한 소설에서 사랑 이야기가 한 편도 없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넘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젊은 세대들이 "사랑밖엔 난 몰라." 하고 사는 것도 곤란하지만 "사랑 따윈 난 몰라." 하면서 사는 것은 쓸쓸한 일이라며, "젊은이들이여, 힘들지만 그래도 사랑은 할 수 있다."고 그녀가 나직하게 말했다. 매순간 누군가를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또 뭔가를 가뭇없이 잊고, 잃어가는 우리의 삶을 예리하면서도 감성적으로 담은 이 대목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 시대의 젊은이를 다독이고 위로하는 그 문장에서 어머니 혹은 누나의 마음이 엿보였다면 거짓말일까.
이 책의 특장(特長)은 모든 세대가 돌려가며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10대부터 70대까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전 분야가 담겨 있다. 나아가 자신을 돌아보며 주체적으로 살고 있는지 진지한 질문을 던지도록 유도한다. 현실에 속박 당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참고서가 될 만하다.
2012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잘 사는 것일까. 나, 우리, 세상에 던지는 무한 질문' 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인 이 책을 여러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자신의 삶에 대한 예의'인지 몰라 막막해하는 누군가에게 말이다.
△ 문부일씨는 성공회대 사회과학부(정치학) 졸업했으며,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 부문)로 등단했다.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동화 부문)로 등단한 바 있으며, 동화집'찢어, Jean'을 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