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더풀 라디오 (드라마/ 120분/ 15세 관람가)
그 존재만으로 설레는 것들이 있다. 눈(雪), 아기 등은 사람을 저절로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감성으로 다가오는 라디오는 소리만으로 사람들의 오감을 깨운다. 이 영화는 바로 그런 라디오의 매력을 전한다.
인기 아이돌 그룹 '퍼플'의 멤버였던 신진아(이민정)는 라디오 프로그램 '원더풀 라디오'의 DJ이다. 국민요정으로 불리던 시절을 이미 지나갔고 그녀에게 남은 것은 시청률 바닥인 라디오 프로그램 뿐이다. 하지만 자존심만큼은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그녀. 방송에서 막말하고 신청곡을 멋대로 바꾸는 것 그녀만의 스타일(?)을 고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방송국은 청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새로운 PD 재혁(이정진)을 투입하게 되고 진아는 까다로운 재혁과 사사건건 충돌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진아는 청취자가 자신의 사연을 직접 노래로 부르는 '그대에게 부르는 노래'라는 아이디어를 내게 되면서 프로그램은 대박 나지만, 지나간 과거는 그녀의 발목을 또 붙잡고 만다.
진아 곁을 지키고 있는 매니저 대근(이광수)과 라디오를 소재로 해 언뜻 영화 '라디오 스타'가 스친다. 여기에 '인기 떨어진 왕년 아이돌 스타'는 얼마 전 끝난 드라마 '최고의 사랑'과도 다른 버전의 같은 느낌. 워낙 특별한 이야기도, 소재도 아니기에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원더풀 라디오'가 재미있기 위해서는 적어도 전작은 뛰어 넘어야 했다. 하지만 '라디오 스타'만큼 감동도 없고, '천년의 사랑'만큼 웃음도 없다. 라디오 사연이 관객들을 더 울고 웃게 하는 문제가 발생되는 영화. 김민정의 매력과 오밀조밀한 재미에 만족할 수 있다면 볼만한 영화는 될 것이다. 조금 억지스럽긴 하지만 다채로운 카메오들의 출현도 재미라면 재미다.
△ 다크 아워 (SF/ 미국/ 89분)
역시 기대 없이 본 영화는 꽤 괜찮은 결과를 안겨준다. '다크 아워'도 마찬가지. 그렇다고 해서 '다크 아워'가 잘 만들어졌다는 게 아니라, '재미도 없었지만 기대를 주지 않을 정도의 홍보' 라고 해석해 주면 좋겠다.
칠흑 같은 밤하늘 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빛나는 물건들이 하늘에서 쏟아진다. 세계 곳곳에서는 각종 기계들의 기이한 오작동이 속출하고, 미확인 존재들이 인류를 향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벌인다. 같은 시각, 모스크바를 여행 중이던 네 명의 젊은이들은 순식간에 빛을 잃고 암흑 속에 갇히게 된다.
광대한 낯선 도시 안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보이지 않는 생명체를 향해 필사적으로 대항한다. '다크 아워'는 꽤 괜찮은 도입부를 가지고 있다. '적'이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단서를 달아 외계인 침공 같은 흔한 소재를 좀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볼 수도 없는 데다가 대항할 자가 없는 외계인은 꽤 괜찮은 설정.
문제는 영화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3류 영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게다가 영화는 너무나 갑작스레 끝나버리고 그 허무함이 더 오래 간다. B급 배우들과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졌다 해도, 신선한 소재는 장점이. 그외에는 별 기대를 하지 말고 관람하길 권한다. 속편도 개봉할 예정이니 이왕 볼 생각이면 3D로 관람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