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의원 교체 욕구

어항 속의 물을 바꿔주지 않으면 이끼가 끼고 물도 탁해진다. 정치판도 그런 이치나 마찬가지다. 4.11 총선의 화두는 물갈이다. 한나라당은 비대위가, 민주통합당은 지도부 경선 후보 모두가 한결같이 대대적인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주창하고 있다. 목소리 수위를 놓고 본다면 가히 '공천혁명'이라도 불어닥칠 것 같은 기세다.

 

실제로 여론조사를 해보면 현역의원 물갈이 요구가 높게 나온다. 조선일보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전북지역의 현역 교체 요구는 71.2%, 전북도민일보가 1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60%에 달했다. 전북일보가 지난 연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76.5%였다. 현역의원 특히 선수(選數)가 많은 의원들이 내놓는 주장, 요컨대 '큰 정치인으로 키우기 위해 경륜을 가진 정치인이 계속 해야 한다'는 논리도 먹히지 않는다. 그런 의견에 동조한 비율은 17%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정치신인들이 약진하고 있다. 전북에서는 전주 완산갑, 군산, 남원순창, 고창 부안 지역구에서 정치신인들이 현역의원을 앞지르고 있다(전북일보 후보적합도 조사). 나머지 지역도 신인과 현역간 차이는 그만그만하다. 도토리 키재기 식이다. 정읍의 유성엽 의원만 다른 예비후보에 비해 크게 앞서 있을 뿐이다.

 

정치권은 공천개혁은 호남에서부터, 그리고 다선인 현역의원 기득권 포기부터 시작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또

 

'정치적 기득권을 버려야 감동을 줄 수 있다''당내 대선 주자들은 총선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 '공천혁명을 흐지부지하면 국민들이 외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의 텃밭인 전북이 문제다. 기득권의 저항이 호락호락할 것 같지 않다. '야권통합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장세환의원(전주 완산 을)과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긴 정세균 의원을 빼고는 모두 지역구 사수를 천명하고 있다. 그래서 15일 새로 탄생할 민주당 지도부에 어떤 인물이 포진할 것인가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인물이라면 과감하게 내쳐야 민주당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도 안되면 국민경선 때 시민들이 밑으로부터의 공천혁명을 끌어내야 한다. 물밑에서 도도히 흐르는 여론의 흐름을 기득권 세력이 아직도 읽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경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