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환경, 생존전략은 동반성장

유지필…전북지방중소기업청장

 

과거 기업의 성장은 뛰어난 개인의 능력, 획기적인 생산방식 또는 발명품이 개별 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워크맨'을 만든 소니 신화, 세계 최초의 '대중차'를 만들어낸 포드이다. '워크맨'을 세계 시장에 내놓으며 소니는 단박에 세계적인 전자업체 브랜드로 성장했고, 포드도 대중차 양산을 통해 한때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었다.

 

그러나 21세기 기업환경은 그렇지 않다. 산업이 융·복합화하고 기술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단일기업 혼자 모든 것을 이뤄내기 힘든 시대이다. 오히려, 기업의 진정한 핵심능력은 소재·부품 등을 공급하는 기업들로 연결된 공급사슬을 얼마나 잘 설계하고 관리하느냐, 적게는 몇 몇 업체에서 많게는 수백, 수천 개 중소기업을 포함하는 기업 네트워킹 능력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이러한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에 어떠한가.

 

과거 한국은 개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전무했지만 집단적으로 큰 힘을 발휘하며 성장을 주도해 왔다. 1960년대 이후, 국내 한정된 자원에서 기인한 '선택과 집중'이라는 국가주도의 경제발전 정책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소수 대기업 위주의 선단식 경제개발로 우리 경제는 단시간에 고도 산업화를 이루면서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연출했다.

 

이러한 선단식 경제 구조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더 고착된다. 대기업들은 경제위기 속에서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을 통해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워 나갔다. 그리고 무수한 계열사를 양산하며 사업영역을 확장해 골목상권까지 노린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비롯해 중고차, 의류, 문구 유통, 제과제빵 등의 사업영역까지 진출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던 부품공급자로서의 중소기업들은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 원자재가격 상승분 미반영 등 대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며 그 희생을 오롯이 감내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마구잡이식 사업확장으로 인해 계속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10년 사이 중소기업은 38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반면 대기업 일자리는 60만개가 줄었다. 또 10년간 제조업부문 부가가치 증가분의 52.7%를 중소제조업체에서 기여해 대기업 기여도 47.3%보다 높았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이던 2009년, 2010년의 국내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4.5%에서 7.3%로 2.8%포인트 증가하지만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5.5%에서 4.6%로 오히려 0.9%포인트 감소했다. 중소기업은 높아지고 있는 위상만큼 경제발전의 과실은 못 가져가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국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전체 고용인구의 87%를 창출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위상을 감안한다면 이 문제는 몇몇 중소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에게는 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소수의 선단식 경제발전 전략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단일 기업이 아니라 기업 생태계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는 시대이다. 또 동시에 대·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어 기업 생태계가 무너져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는 그런 위기의 시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급변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 네트워크 전체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결국, 동반성장 전략은 과거 압축성장한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경영의 패러다임일 뿐만 아니라, 이제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인 것이다. 과거의 효율성, 생산성의 논리가 벗어나 동반자 관계 구축을 통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창출하는 진정한 한국형 동반성장 모델을 우리 모두가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유지필 청장은 전주 출신으로 국민대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전북지방중소기업청 지원총괄과장, 중소기업청 규제법무담당관, 감사담당관을 역임했다.